[경제원로 청와대 발언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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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초청으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직 경제부총리 및 재경부 장관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한 경제원로 14명은 2시간 10분동안 허심탄회하게 현 경제상황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개진했다.

다음은 발언록 요지.

▲김준성 전 부총리 = 증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30%를 차지하고 기관투자가들의 세가 약해졌다. 정부기금, 투신, 은행이 모두 약해져 있다. 부동자금을 100조원으로 추산하는데 이를 증권시장에 끌어 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 없는 장기채를 발행해 증시에 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즉, 기본투자를 늘려야 한다.

워크아웃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워크아웃 기업은 일단 주인을 바꿔야 한다. 워크아웃 기업에 퇴직 금융인이나, 과거 경영진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안된다. 전문경영인을 위촉하고 완전 책임제로 해야한다.

현재의 개혁 방향은 옳다. 그 길밖에 없다고 본다. 과거 30년전부터 성장을 위해 재벌정책을 해왔고, 그 적폐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가 잘못한 것이 아니고 30년 성장정책으로 불가피한 폐단이다.

과거 정부들은 해결해야 한다면서 아무도 못했다. 이 정부가 처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다소 미흡한 것은 정부가 더 용기를 갖고 여론을 지나치게 고려하지 말고, 방향이 옳으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자세다.

▲남덕우 전 부총리 = 4대 개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개혁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이 안되고, 급여만 오르고 있고 경영개선이 안되는 것은 노사문제 때문이다.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노사가 공동의 문제인식을 갖고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퇴출기업 선정에서 살릴 기업은 과감히 살리고, 퇴출기업은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제일은행의 경우 5천억원에 판 다음 16조원을 지원했는데, 그러지 말고 16조를 투입해 은행가치를 높이고 나중에 팔았다면 판매가격이 높아졌을 것이다.

대우도 마찬가지다.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유럽에 가면 마티즈가 인기다. 주문한 후 3-4개월후에야 살수 있다. 문제는 채권단이 많아 합의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사분규도 있고 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30년 적폐가 하루 아침에 없어질 수 없다.

▲정인용 전 부총리 = 정부 정책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내가 부총리였을때 부실 기업을 정리했는데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 책임을 갖고 해야 한다.

투명한 경영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은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이다. 나이순으로 자르지 말고, 정직한 사람이 남아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늙은이라고 내쫓지 말고 부패한 사람이 나가야 한다. 많은것을 하려 하지 말고, 확실하게 해야 한다.

▲이승윤 전 부총리 = 정부정책은 큰 틀에서 옳다. 제2위기가 다시 오느냐고 말이 많은데 지금 개혁 정책을 제대로 시행한다면 절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위기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문제가 크다.중견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렵다. 종금, 사채 등 제3시장과 해외의 제4시장을 통해서도 쉽지 않다. 생산성과 신용경색이 가장 큰 문제다. 서민금융기관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데 이것이 신용경색을 가져오는 요인이다. 예금보장제도도 큰 문제다. 예금부분 보장제를 금융개혁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조 순 전 부총리 = 우리 경제는 지표로 본다면 예상외로 좋다. 다만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다보니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지금까지 부실한 몇가지 요인을 짚어보면 목표와 정향성에 일부 문제가 있다. 닭잡는 칼로 소를 잡으려 한다든가, 명분에 너무 얽매인 측면도 있고, 준비가 부족해 실망감을 주는 것도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예금부분보장제는 무리다.

▲최각규 전 부총리 = 거시경제지표와 체감지표의 차이, 서민이 느끼는 격차 등이 문제다. 경제위기론도 시민.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 때문이다. 재경부가 거시경제 중심으로 가기보다는 분야별 부분별 지역별로 각론으로 들어가 정책을 세워야 한다.

예금부분보장제와 관련, 사회적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 좋다.은행이 10억-15억원까지 보장해서는 안된다. 믿고 맡길 은행이 흔들리는데 그런 은행에 돈을 맡기겠나. 은행이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서민생활과 관련, 전기.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은 어려운 사람한테 큰 부담이다.공공요금을 안정시켜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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