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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은 탈북자 강제송환 되풀이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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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국이 북한과 공조해 탈북자를 30명 안팎 체포했고 이들을 곧 북한에 강제 송환할 것이라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국내에 가족을 둔 탈북자라고 한다. 국내 가족들은 아들이나 동생 등 체포된 탈북자들이 송환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각계에 호소하고 있다. “돌려보내려면 차라리 독약을 먹고 죽을 수 있게 해달라”는 애원마저 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사면위원회(AI) 등 국제기구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탈북자 강제 송환을 막기 위해 중국에 호소했다. 특히 정부는 어제 처음으로 강제 송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조용한 외교’를 통해 대처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전례로 보아 중국은 결국 강제 송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 여론의 관심이 식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중국은 30여 명의 탈북자를 강제 송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강제 송환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설득해야 한다.

 탈북자 강제 송환 문제는 앞으로 갈수록 자주 이슈화될 전망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 수가 2만3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들이 가족들을 국내에 데려오려는 시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아닌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 정착하는 탈북자들도 늘고 있다. 이들이 북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려는 노력을 막을 명분은 세상 누구에게도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일지 모른다. 탈북자 가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연좌제(緣坐制)식 처벌은 물론,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처벌도 갈수록 가혹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강제 송환을 되풀이할 경우 국제적 비난 여론은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정치, 경제, 군사, 외교적으로 북한 편을 들어온 중국 정부라고 하더라도 탈북자 문제에 관한 한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중국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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