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1), 파시즘에 이용당한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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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에서 성공적인 첫 축제를 마친 월드컵의 다음 기착지는 이탈리아였다. 지금도 축구 강국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당시에도 축구에 관한 앞서가고 있는 나라였다. 당시 홈에서 열린 국제경기에서 무패가도를 달리던 이탈리아에게 개최권이 주어진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

문제는 대회의 목적이 순수하지 못했다는 것. 이유와 과정을 떠나 무솔리니에게 월드컵을 파시즘의 세계화라는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할 기회를 주었다는 것은 지금까지 이탈리아 월드컵의 순수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

애초에 2회 월드컵은 13개국의 경쟁을 통해 스웨덴이 개최 권리를 획득했다. 하지만 경기장 건설에 난관에 부딪히고 대공황으로 세계경제가 급작스럽게 어려워지면서 스웨덴은 월드컵을 개최할 여력을 잃었다.

다른 나라도 쉽게 개최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공황 때문에 1931년 베를린에서 열린 FIFA총회에서 월드컵 개최를 4년 후로 미루자는 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이때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이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대형 경기장 건설과 함께 대회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FIFA집행위원회를 유혹했다. 무솔리니는 개인적으로 1회 대회를 우루과이에게 넘겨준 것에 대한 아쉬움과 파시즘 홍보의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FIFA는 월드컵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점 때문에 8차례나 회의를 거듭하며 재고했지만 국가의 전면적인 지원을 등에 입은 이탈리아의 유혹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이 이탈리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당시 이탈리아 축구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점과 우루과이에서 1회 대회를 개최했다는 점이다.

1898년부터 프로리그를 시작한 이탈리아는 이미 AC 밀란, 유벤투스, 토리노 등 클럽이 유럽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성공적인 프로리그 때문에 국제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인프라도 충분했다.

FIFA로서는 우루과이에서 1회 대회를 개최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유럽과 남미의 경쟁심을 생각해볼 때 2회 연속 남미국가의 월드컵 개최는 반발의 위험이 많았다. 월드컵을 위해 다시 오랜 바다 여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유럽 국가들이 월드컵 불참의 좋은 핑계로 사용할 소지가 많았다.

결국 국제축구연맹은 1932년 스톡홀롬 총회를 통해 제2회 월드컵을 이탈리아에서 개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Joins 금현창 기자<lafirst@joins.com>

◆ 월드컵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조인스 스포츠에서
(http://sports.joins.com/world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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