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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007, 올림픽의 시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8호 26면

시마스터 플래닛 오션 46mm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9300

코카콜라와 펩시, BWM와 벤츠, 캐논과 니콘이 있듯이 명품시계의 세계엔 롤렉스와 오메가가 있다. 인지도와 생산량에서 타 브랜드를 압도하는 둘은 늘 비교당한다. 많은 경우 롤렉스가 판정승을 거둔다. 하지만 시계의 세계는 복잡다단해서 파텍 필립이 롤렉스보다 ‘좋은 시계’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롤렉스 > 오메가’라고 쉽게 결론내릴 수 없다.

브랜드 시그너처 <11>OMEGA

분명한 건 오메가가 ‘명품시계의 대명사’라는 롤렉스에 비교될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라는 점이다. 23세의 루이 브란트는 1848년 스위스 라쇼드퐁에 시계 공방을 열고 회중시계를 만들었다. 그는 겨울엔 스위스에서 시계를 만들고, 나머지 시간엔 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 등에서 직접 시계를 판매했다. 1879년 두 아들이 사업을 물려받고 현대식으로 설비를 마련했다. 유럽 전역에서 이들의 시계가 명성을 얻었지만 브란트 가문의 시계는 아직 오메가가 아니었다. 이름 붙여준 이는 앙리 리켈이었다. 브란트 형제의 은행가였던 그는 1894년 완성·완벽·완전·성취의 뜻을 담은 그리스 알파벳 마지막 문자인 오메가(Ω)를 제안했다. 시계의 결정판이 되라는 의미였다.

오래된 시계 브랜드라면 역사와 인물과 사건과 엮인 이야기 하나씩은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메가만큼 종횡무진한 활동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브랜드는 없다. 오메가는 16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인류와 동행했다. 굵직한 세 가지 키워드가 그 활약을 말해 준다. 달, 제임스 본드, 올림픽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 표면에 발을 디딘 버즈 올드린은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를 차고 있었다. 닐 암스트롱도 스피드마스터를 갖고 비행에 나섰지만, 시계 고장으로 우주선 안에 놓고 내렸다. 두툼한 우주복 위로 착용한 올드린의 시계가 진정한 ‘문워치(moon watch)’가 됐다. 하지만 정작 이 시계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기증을 위해 배송하던 중 분실됐다.

또 다른 간판인 ‘시마스터(seamaster)’는 제임스 본드의 시계다. 원래 본드는 롤렉스를 찼다. 1962년 나온 007시리즈 1편 ‘살인번호’에서 숀 코너리의 손목 위엔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있었다. 15년간 롤렉스를 착용하던 본드는 쿼츠 바람이 불던 70년대 세이코로 시계를 바꿨다. 잠시 롤렉스로 돌아갔던 그가 오메가 시마스터를 착용한 건 1995년이었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한 ‘골든 아이’에서 시마스터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007 제작자들은 오메가가 ‘유럽 룩’을 보여주는 데 더 적합다고 느껴 파트너를 바꿨다고 한다. 영국인인 본드가 영국적인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롤렉스보다 오메가가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2006년 개봉한 ‘카지노 로얄’에서는 아예 본드와 본드걸의 대사에 등장했다. 기차에서 여주인공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와 본드(대니얼 크레이그)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린드가 본드의 손목을 보고 “롤렉스?”라고 묻자 본드가 “오메가”라고 시크하게 답하는 짧은 대목이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PPL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전 세계에 오메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오메가는 1932년 LA 올림픽에서 처음 대회 공식 타임키퍼가 됐다. 2008년 베이징, 2010년 밴쿠버에 이어 올해 런던 올림픽이 25번째 올림픽 활동이 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하이라이트였던 육상 남자 100m 경기를 떠올리면 올림픽 타임키퍼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경이적인 속도로 세계기록을 세운 우사인 볼트가 기록판 앞에서 포즈를 취했을 때다. 우사인 볼트와 9초69라는 기록과 더불어 전광판에 큼직하게 쓰인 ‘OMEGA’는 전 세계에 보도된 사진의 주인공이 됐다. 0.01초가 승부를 가르는 시간의 스포츠에 사용되는 시계는 정확성을 공식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시계 브랜드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그 가운데 오메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0년 올림픽까지의 계약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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