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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실마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8호 04면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을 때 버릇이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실마리가 되어 이 작품이 탄생되었을까 유추해 보는 것이지요. 몇 년 전 영화 ‘공공의 적’을 보았을 때 문득 생겨났습니다. 경찰이 노부부 살인범을 추적하게 된 결정적인 단서는 손톱이었죠. 창졸간에 아들의 흉기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게 된 부모. 특히 어머니는 아들의 부러진 손톱을 먹어치움으로써 아들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감춰주려 합니다. 당시 그 대목이 얼마나 먹먹하게 다가왔던지. 그런 게 부모 마음 아니겠나 하면서요.

천명관 작가가 최근 내놓은 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합 800쪽에 가까운 두 권의 책이 어찌나 술술 읽히던지. 1970~80년대 우리의 삶이 낡은 앨범 속 흑백사진처럼 아스라이 펼쳐지는 이 소설에도 흥미 있는 대목이 나옵니다.

특히 주인공 ‘권소룡’과 맞짱 뜬 동네 주먹 도치가 혼절해 쓰러진 뒤 ‘소방차에서 물대포 쏘듯’ 토사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여태껏 보지 못한 스펙터클한 광경을 연출합니다.

건달이 되기 위해서는 몸집을 불려야 했고 그래서 거리에서 호떡을 매일 100개씩 빼앗아 먹고 있던 도치에게 호떡 주인의 여동생이 ‘복수’를 감행한 것이죠. 그 복수의 방식이 또한 기상천외한 것인지라 ‘작가가 어디서 취재한 이야기를 또 이렇게 잘 써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톡톡 튀는 ‘한 방’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고심하고 있는 모든 창작자를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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