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5세 킬러, 칼을 내려놓자 쫓기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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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블레이드 1~4
팀 보울러 지음
신선해 옮김, 놀
각 권 320쪽 내외
각 권 1만1800원

『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가 “영국 청소년 범죄, 특히 칼을 사용한 폭력사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쓴 작품이다. 블레이드라 불리는 주인공은 열다섯 살 소년이다. 이미 열두 살에 전문 킬러가 된 그에게 칼이란 내버리려 해도 의식도 못하는 사이에 손 안에 들어오는 신체의 일부다. 블레이드는 그런 과거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그를 쫓는 수많은 무리들이 있다. 경찰, 옛 조직원들, 블레이드가 자기 패거리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는 동네 왈패들까지.

  무지막지한 옛 조직원들은 걸리적거리는 이들을 거리낌 없이 죽여버린다. 소년이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했던 한 소녀까지도.

 주인공이 소년이라는 점만 빼면 박진감 넘치는 잘 빠진 범죄소설이다. 소년이 벗어나고자 하는 과거에 대한 비밀은 책장이 넘어갈수록 하나씩 벗겨진다. 스케일 큰 범죄 소설이 그러하듯 경찰 간부도 개입돼 있고, 진짜 거물은 모습을 감춘 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뒤 사랑이라곤 받아보지 못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의 양심은 눈물을 흘린다. 그런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도 나타난다. 칼을 잡았으되, 그 칼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 그 순간 소년에겐 새로운 길이 열린다. 늙은 후원자는 이렇게 말한다.

 “10년이나 20년, 30년이 지나도 넌 여전히 젊을 거다. 너에겐 아직 미래가 있어.”

 작가가 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 문장에 담겨있는 듯하다.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생각해 희망을 놓아버리려는 아이들에게 권한다. 만만찮은 분량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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