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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새하얀 소백산 오르며 올해 처음 맛 본 설레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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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 산악동호회 세파클럽 회원들이 소백산에서 올해 첫 정기산행을 가졌다. [사진=세파클럽 제공]

한겨울 매서운 한기가 옷섶을 파고들던 12일 오전 9시. 천안·아산 산악동호회 모임인 세파클럽(http://cafe.daum.net/standard-alpine) 회원들은 오전 5시30분 천안복지회관에서 집결했다. 세파클럽의 2012년 첫 정기산행지는 소백산국립공원. ‘산은 늘 우리가 예상한 것을 벗어나게 해 시험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99%의 예상이 아닌 1%의 불운에 대비하기 위해 회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버스는 안성을 경유해 단양으로 곧장 향했다. 아침 9시40분. 소백산국립공원 매표소에 도착했다. 이날도 운행루트의 등고선을 꼼꼼히 살피며 머릿속으로 산행을 그려봤다. 둥글게 원을 그려 서로 마주보며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행 전 준비운동에 어색해 했던 회원들의 손놀림도 이제는 제법 능숙해 보였다.

충북 단양군 소백산 매표소 앞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등산객들로 북적거렸다. 일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화장실 주변에는 빈 음료수통과 담배꽁초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회원들이 산행 전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정기산행지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이다. 회원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쓰레기 정화활동을 벌였다. 세파클럽의 쓰레기 정화활동은 자연훼손을 막자는 취지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백산은 행정구역상으로 충북 단양군, 경북 영주시, 봉화군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다. 87년 12월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됐다. 비로봉(1439m)·국망봉(1421m)과 같은 많은 영봉들이 어울려 웅장하면서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 주고 있다. 회원들은 이날 국망봉을 선택했다. 이 코스를 선택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무서운 속도로 훼손되고 있는 비로봉의 자연경관을 보호하는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회원들은 어의곡 매표소를 출발, 약 9km의 산행 길에 올랐다. 예상 소요시간 7시간. 3시간 동안 산행을 이어갈 때쯤 오르막 끝 대간능선길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비로봉 갈림길에서 펼쳐지는 칼바람과 백두대간의 허리를 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1시간여를 더 오르니 멀리 비로봉과 그 뒤를 버티고 있는 백두대간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상쾌한 칼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해맑은 회원들의 표정에 다시 한 번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하산 길에 오른 회원들은 급한 경사길에 내려서자 모두가 다시 긴장했다. 이날 세파클럽 회원 20여 명은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오후 5시 무사히 안착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마친 회원들은 가슴 속 희망을 품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문석준 천안·아산 산악동호회 세파클럽 카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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