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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서 ‘약효’ … 혁신신약 개발만이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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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연구개발(R&D)로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 국내 상위 제약사 CEO가 제약업계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한 답이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려있다.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영업환경이 바뀌면서 수익률은 떨어진데다 새 약가정책으로 매출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매출 상위 10대 제약기업들만 올 한해 약 6000억 원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는 말도 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그동안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복제약(제네릭) 개발도 어려워졌다. FTA를 통해 발효될 ‘허가-특허 연계제도’로 특허권자의 동의·묵인 없이는 복제약을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는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끝나기 전에 복제약 개발에 착수해 특허가 종료되는 시점에 제품을 출시해 왔다. 특허만료 시기에 맞춰 미리 복제약을 개발할 수 없게 돼 발매시기가 통상 9개월 이상 늦어져 손해가 불가피 하다.

선진 GMP시설이 적용된 JW중외제약 수액공장의 모습. 연구자들이 수액팩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JW중외제약 제공]

세계 1위 화이자, R&D에 800억 달러 투자

제약 영업환경 변화, 새 약가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3중고에 빠진 제약사들이 주목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혁신신약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이다. 더 이상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공략,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 하겠다는 것. 상업적으로 성공한 혁신신약은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성공확률도 낮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면 단숨에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실제 2010년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는 연 평균 120억 달러 이상 팔린다. 이같은 수치는 현대차 아반떼 약 100만 대 수출과 맞먹는 매출이다. 영국의 제약컨설팅사인 URCH에 따르면, 한 해 의약품 시장 매출의 3분의 1은 이들 혁신신약이 차지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R&D 투자를 강조하고 열심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1위 제약사인 화이자는 매출액의 16.7%(80억9000 달러)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은 14.6%(66억 6000달러)를, 노바티스는 16.9%(64억 3000달러), 로슈는 18.2%(69억 9000달러), 머크는 20.2%(48억 8000달러)였다.

국내 기업, 선진 GMP 생산관리 시스템 도입

국내 제약사들도 이 같은 환경변화에 맞춰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R&D 비중을 높이고 매출 원가율을 낮춰 생산 효율성은 높인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 선진 GMP(Good Manufa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생산관리 시스템을 도입, 의약품 품질을 확보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도 R&D 비중이 높고, 선진 GMP시스템을 도입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로 선정해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녹십자는 올해 건강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토대로 2020년 수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국내 매출 2조, 해외매출 2조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주력부문인 혈액제제와 백신을 비롯해 바이오베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총 2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8건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녹십자는 전년대비 40% 늘어난 890억 원 규모의 R&D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투자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도 R&D에 적극적이다.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고 외부에서 유망한 신약을 발굴해 글로벌 신약 탄생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전략이다. 중국에 있는 북경한미연구센터와 신약개발 네트워크를 연계해 수 십개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매출액의 13.9%(840억 원)을 신약개발에 투입했다.

 국산 고혈압신약 ‘카나브’ 개발에 성공한 보령제약은 이를 글로벌 신약으로 육성하기 위해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2013~2014년 출시가 목표다. 이 외에도 새로운 기전을 가진 항암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복안이다.

 JW중외제약은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선진 GMP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였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수액·의약품 공장을 짓는데만 무려 2400억 원을 투입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선진 GMP 구축이 필수적이다.

 셀트리온은 올해부터 잇따라 만료되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CT-P13)와 유방암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CT-P06)의 임상을 완료했다. 또 순차적으로 특허가 만료되는 제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토대로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리딩하겠다는 포부다.

권선미 기자

◆바이오시밀러(Bio-similar)=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품목·성질을 지니며 임상적 비교동등성을 입증한 제품을 말한다. 동등생물의약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리지널 대비 R&D 비용과 기간이 적고, 성공가능성이 커 투자대비 효율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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