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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국 마을에 4조8667억 '통큰 선물'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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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5일(현지시간) 미 아이오와주 머스카틴을 찾은 시진핑(앞쪽) 부주석이 27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묵었던 가정집을 다시 찾아 주민들과 환담하고 있다. [머스카틴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곡물시장의 대두(大豆) 가격을 올려놓았다.’

 미국 아이오와주 지방언론인 디모인레지스터가 15일(현지시간) 보도한 기사 중 한 대목이다.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이날 오후 아이오와주에 도착했다. 1985년 허베이성에서 31세의 젊은 당서기로 일할 때 축산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던 아이오와주의 머스카틴을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신분으로 다시 찾았다. 인구 2만3000명의 시골마을 머스카틴은 27년 만의 옛 친구를 맞아 떠들썩했다.

 시 부주석은 이런 아이오와에 통 큰 선물을 안겼다. 함께 온 중국 경제사절단이 아이오와주에서 생산되는 대두 862만t의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금액으로는 43억 달러(4조8667억원)에 달한다. 이 바람에 곡물시장에서 대두 가격은 부셀(곡물의 중량 단위로 1부셀은 27.2㎏)당 12.65달러로 전날보다 10센트가 올랐다. 디모인레지스터는 이 현상을 ‘시진핑 랠리(인상)’라고 이름 붙였다. 중국은 연간 미국이 수출하는 대두 물량의 70%를 사가는 큰손이다.

 워싱턴에서 묵직한 2박3일 일정을 마친 시 부주석은 머스카틴에서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테리 브랜스타드 아이오와 주지사 등을 포함한 주민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한담을 했다. 27년 전 시 부주석을 이틀 밤 재워줬던 엘리너 드보르차크는 “그때도 웃는 모습이 소박했다”며 “그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이곳을 찾아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미 의회를 찾은 시 부주석은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상·하원 지도부 10여 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존 매케인(공화당·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시 부주석을 향해 “중국이 왜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는 북한을 계속 지원하고, 유엔 안보리 표결에서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시 부주석은 “매케인 의원, 당신은 우리나라에서 솔직담백한 분으로 유명하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주변에선 웃음이 터졌고, 매케인 의원은 머쓱해했다.

  시 부주석은 의회 방문 뒤 워싱턴의 마지막 일정으로 미·중경제위원회(USCBC)에 참석해 연설했다. 그는 “한반도와 이란 핵 문제 같은 분쟁지역 사안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조율을 강화하기 위해 양자 및 다자 체제를 더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에서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는 시진핑의 2박3일 워싱턴 방문에 대해 “과거 중국 지도자들보다 소통을 더 잘하고 대화를 할 때 상대방 눈을 쳐다봐 진짜 대화를 한다는 느낌을 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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