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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최근 경제관련 각료 질책·독려 병행

중앙일보

입력

한광옥(韓光玉)청와대 비서실장은 2일 아침 직원 월례 조회에서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에게 경제상황을 설명하도록 했다.

韓실장은 "최근 경제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직접 실상을 알려주라" 고 말했다. 경제수석이 직원 조회에서 브리핑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런데도 韓실장이 이같은 조치를 한 것은 "난국(難局)이라고 판단하는 경제 문제를 우선 다루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아침 金대통령은 미국 네이버스사가 한보철강 인수를 재검토키로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우리 정책 관계자들의 국제 협상력이 왜 그 모양인지 답답해 하고 있다" 고 전했다.

金대통령은 포드사의 대우자동차 인수 파기에 대해 "농락당하고도 항의할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다" 며 야무지지 못한 일처리를 질타한 바 있다.

한보철강과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 혼선은 정부가 짜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에 결정적인 차질을 주고 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金대통령은 경제팀의 일부 장관.고위 관료들의 시각과 판단 능력을 다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일 5공~김영삼(金泳三)정권까지 경제총수(경제부총리나 재정경제부장관)들의 청와대 면담은 金대통령이 현 경제팀에 자극을 주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또다른 청와대 참모는 "경제 전망의 낙관론을 경계하라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4일 이한동(李漢東)총리가 주재하는 내각의 주무장관(팀장)회의에서도 실물경제지표와 국민 체감경제의 차이.대책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장관들에 대한 金대통령의 독려는 민생쪽에 비중이 두어지고 있다. 金대통령은 스스로 '안이한 판단' 이었다고 사과한 의약분업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는 것.

지난 6월 초 의약분업 실시 때 보건복지부는 金대통령에게 "의사.약사가 합의해 걱정없다" 고 거듭 확인 보고했다. 金대통령은 관료들의 보고를 너무 믿었다는 후회를 한 적이 있다.

韓실장이 李수석의 설명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 상황과 해법에 대한 청와대 내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와대에는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과 李수석의 경제 전망이 '낙관적' 이라는 보고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에게 들어간 보고서 일부에는 "실물경제지수는 과거를 말하는 것일 뿐 미래는 아니다" 며 낙관론의 근거에 부정적 입장을 담고 있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경제가 어떻게 가고 있느냐보다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 는 것이 金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야 처방도 바를 수 있고, 국민도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입장에서 고민하는구나' 하고 신뢰하게 된다" 는 것이다.

그는 97년 IMF 위기 직전 경제팀이 '펀더멘털(실물경제지표)이 튼튼하다' 고 말한 기억을 되살리며 "金대통령은 낙관쪽보다 빨간불을 누르고, 현 정부 출범 초심(初心)에서 경제 문제를 다루자고 장관들을 독려하는 것" 이라고 전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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