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피해, 세금으로 보상하겠다는 허태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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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열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부실 저축은행에 돈을 떼인 일부 고액 예금자를 세금으로 구제해 주자며 추진하던 저축은행특별법안이 역풍에 휘말렸다. ‘표(票)를 위해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14일 “법사위에서 (법안의)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감독 당국의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금융위원장이나 법무장관의 의견을 법사위에서 들어볼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우윤근 법사위원장도 “(법안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당초 15일 법사위, 16일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려던 여야가 비판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그러나 허태열 정무위원장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축은행 사태는 정부의 정책 오류와 감독 부실로 터진 것이고, 정부가 책임질 일이 없었다면 이런 법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회의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압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가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다는 헌법 규정을 지적한 것이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도 허 위원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금융권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 특별법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결국 후손에 부담만 준다고 비판했다. 또 재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미리 돈을 당겨쓰고) 나중에 벌충해달라는 건 예산 편성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며 “미리 사업을 벌여놓고 나중에 예산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되물었다.

 한편 새누리당 이사철 의원은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자신이 보상금 혜택을 받게 되는데도 정무위에 참석해 법안에 찬성표를 던져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내가 이득을 보려고 한 게 아니고, 내가 포함되는 줄도 몰랐다”며 “보상금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영업정지 된 에이스저축은행에 자신과 부인 명의로 1억5000만원을 예금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군공항 이전 무산=여야가 4·11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는 군공항이전법안의 2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원유철 국방위원장은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공청회를 연 뒤 법안 처리를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위는 전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을 이날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선심성 졸속처리”라는 비판 여론<중앙일보>2월14일자 8면>에 하루 만에 물러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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