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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대책 없이 표만 보는 국방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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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3일 오전 7시30분 국회 본청 420호. 이른 아침부터 국회 국방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위원장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 회의장에 새누리당 유승민·김장수·송영선, 민주통합당 신 위원장과 서종표·안규백 의원 등 여섯 명이 모였다. 국방위 최대 쟁점인 군 작전지휘권을 일원화하는 국방개혁법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수원 영통)와 유승민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대구 동을) 등 여야 의원들의 19대 총선 공약법안인 전국 도심 군공항을 이전하는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이들은 세 시간 만에 새누리당 유승민(대구기지), 민주통합당의 김진표(수원기지)·김동철(광주기지) 의원 및 이시종 충북지사(청주기지)안 등 4개 법안을 병합해 군공항이전법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군공항 이전은 새누리당 남경필(수원 팔달), 국방위원 정미경(수원 권선) 의원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법안이다. 반면 여당 국방위 간사인 김동성(서울 성동을) 의원은 “국방개혁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며 이날 회의에도 불참했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전투기·폭격기 등을 운용하는 전국 16개 ‘전술항공작전기지’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이전 대상을 정하도록 했다. 이어 종전 부지의 지방자치단체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군공항 이전을 건의하면, 장관에게 대체 후보지 선정을 포함한 이전 절차를 진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또 종전 부지에는 택지개발 등의 각종 재개발 특례조항도 마련했다.

 문제는 국가 안보상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군공항의 이전 문제를 18대 국회 임기 4년 동안 공청회 한 번 열지 않다가 4·11 총선 직전 서둘러 처리했다는 점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공항 소재지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이전을 요구할 경우 영공 방어를 위해 기지별로 나눠진 방공식별구역(KADIZ)과 공군 작전계획 전체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이전해 달라’는 지자체만 있고 대체 후보지는 나서지 않으면 제주 강정 해군기지처럼 군·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국방부엔 부담이다.

 천문학적인 신공항 건립비용(기지당 10조원)을 종전 부지 개발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 국방개혁법안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군공항 이전법 제정에 동의했지만, 민주통합당 신학용 간사의 반대로 국방개혁법은 처리되지 않고 의원들의 민원법안만 처리한 것도 내심 불만이라고 한다. 10일 소위에서 군공항 이전 법안이 처음 상정되자 이선철 국방부 전력자원실장(예비역 소장)은 회의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수십 년 소음과 재산 피해를 입어 온 주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도심 군공항 이전사업은 서둘러야 한다”며 “대구기지(K2)를 기준으로 부지 661만㎡(200만 평) 매각 대금만 4조원이어서 땅값이 싼 대체 부지를 찾으면 신규 비용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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