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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처럼 맘대로 변형, 인공항체 세계 첫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슈의 악성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은 2009년에만 전 세계에서 6조원어치가 팔렸다.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항체(抗體)가 암세포만 찾아가 공격하는 장점을 지녔다. 이처럼 항체 신약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항체 신약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자체 개발 수준도 낮다.

 최근 경쟁력 있는 항체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인공항체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KAIST 김학성(생명과학과) 교수와 김동섭(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은 조립식으로 다양한 항체를 개발할 수 있는 인공항체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먹장어나 칠성장어 등에 있는 단백질을 기본 원료로 사용해 인공항체를 제조했다. 장난감 블록처럼 단백질 구조를 마음대로 변형하기 쉬운 특징을 활용했다. 이 단백질에 어떤 질병을 치료하거나 진단할 수 있는 또 다른 단백질을 손쉽게 붙여 항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관절염과 패혈증을 치료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그 응용 가능성도 이미 입증했다. 김 교수는 “기존 항체 신약은 1㎎에 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반면, 이번에 개발한 인공항체는 대장균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 비용이 기존의 100분의 1 밖에 안 된다”며 “신약 개발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항체가 항원에 잘 달라붙는 특성이나 대량 생산, 구조 변경 등 다양한 특성도 기존 항체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항원과 항체=감기를 예로 들면 인체 외부에서 침투한 감기 바이러스가 항원이고 그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한 면역 단백질이 항체다. 항체는 항원만 찾아가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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