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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구글’ 상징이던 1호 직원 크레이그 사표를 던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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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일러스트=차준홍 기자]

구글 미국 본사의 책임연구원을 지낸 지인이 있다. ‘신의 직장’이란 그곳을 관두고 지난해 한국에서 창업을 했다. 이유가 역설적이다. “구글이 너무 좋아서”란다. “더 있으면 도저히 못 나올 것 같더라. 뭣보다 그런 멋진 회사를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

 10일(현지시간) 또 한 명의 구글 직원이 사표를 냈다. 그 역시 “엄청나게 힘든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 동료들에게 보낸 작별 e-메일에서다. 주인공은 개발 담당 임원 크레이그 실버스테인이다. 그는 이 회사 최초의 직원이다.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에 이어 사번 ‘3’.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있던 1998년, 막 창업한 구글의 차고 사무실에 합류했다. 이후 14년간 독보적 검색기술 전문가로, 엔지니어들의 멘토로 구글 특유의 문화를 이끌었다. 그는 ‘악해지지 말자’라는 이 회사 슬로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빅 브러더가 될 수도 있는 회사의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그는 e-메일에서 “세계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우리(구글)의 핵심 사명을 이제 좀 다른 방식으로 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칸 아카데미’에 합류하는 것이다.

 칸 아카데미는 인도계 미국인 살만 칸이 설립한 비영리 온라인 교육기업이다. 칸은 MIT와 하버드에서 수학·컴퓨터공학·경영학을 공부한 헤지펀드 전문가였다. 2004년 멀리 떨어져 사는 사촌여동생을 위해 간단한 수학강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 쏟아졌다. 대입 수학시험에서 덕분에 만점을 받았다는 극빈층 소년, 공부를 포기할 뻔한 자폐증 아들이 희망을 찾았다는 부모. 칸은 부(富)를 좇던 삶을 접고 공익사업가가 됐다. 이 회사 사이트에 올라 있는 2500여 개 동영상은 모두 무료다. 세계 100만 명이 이용한다.

 지난달 스탠퍼드대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무료 온라인 고등교육 사업에 뛰어든 세바스찬 트런 스토리도 화제다. 트런은 지난해 스탠퍼드에서 개설한 온라인 인공지능 입문 강의에 세계 각지에서 16만 명이 등록한 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마약 같은 경험이었다. 온갖 위험을 뚫고 인터넷에 접속해 숙제를 마친 아프가니스탄 학생도 있었다”고 했다. 그가 만든 ‘유다시티’는 쉬 접하기 힘든 전문강좌를 무료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의 목표는 같다. 발달한 IT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을 열려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돼 가는 세계에서 계층의 족쇄를 끊을 길은 교육뿐이다. 그 이상을 위해 안정된 직장, 보장된 미래를 포기했다. 진정 ‘평평한 세상’을 열려는 구체적 행동이다. 흔히 “배워서 남 주느냐”고들 한다. 배워서 남 주는 것이야말로 공부의 진짜 목표 아닐까.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지식 나눔의 거대한 물결, 나부터 동참할 길을 진지하게 고민하련다.

이나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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