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래시장도 '변해야 산다'

중앙일보

입력

동대문.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이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이미지 변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서울 명동 금싸라기 땅에서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지저분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뜯어 고치고 낡은 건물 외벽을 새단장하면서 고객 끌기에 부심하고 있다.

가뜩이나 백화점.할인점이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손님을 빼앗아가는 데다 경기침체로 최근 장사가 신통치 않아진 데 대한 자구책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명동 밀리오레는 매출이 당초 예상의 절반에 불과하자 지난 15일부터 오후 11시 이후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모든 매장의 제품을 20% 할인해준다. 주차료도 안받는다. 입점 상인들에게는 임대료를 50% 깎아줬다.

유종환 사장은 "오전 5시까지 영업하지만 야간 손님이 너무 적어 이같이 결정했다" 며 "상가 활성화를 위해 1년간 시행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시장 내 두산타워는 상가관리를 직접 챙기고 나섰다. 종전에는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했으나 지난달 상인대표들로 구성한 상가운영위원회를 없앴다. 대신 백화점처럼 층별로 매장 관리인(플로어 매니저)을 둬 상가를 관리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은 거액을 들여 화장실 보수에 나섰다.

주부손님들을 위해 화장실 내에 기저귀 갈이대를 설치하고 복잡한 상가 안팎에서 화장실을 쉽게 찾도록 표지판을 곳곳에 달았다.

노후한 건물의 균열을 찾아 정비하는가 하면 상가 안이 더욱 환하도록 조명시설을 보강하는 공사도 진행 중이다.

광장시장은 지난 24일 상가 안팎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페인트칠이 벗겨져 혐오감을 주던 상가 외벽은 석재로 바꿀 참이다. 화장실은 현대식 빌딩 수준으로 뜯어 고칠 계획이다.

또 점포마다 각양각색의 햇볕 가리개를 달아 시장 전체가 지저분하게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라이트를 설치하는 문제를 구청 측과 협의하고 있다.

마주 보고 있는 점포 사이의 통로 위를 유리나 투명 플라스틱 창(선라이트)으로 덮으려는 것이다.

광장시장㈜의 김부군 총무과장은 "그동안 천막 때문에 손님들이 통행하는 데 불편이 많았다" 며 "선라이트를 설치해 여유공간이 생기면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도 유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중국산 납꽃게 파동 이후 꽃게 등 수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금속탐지기를 대량 구입해 매일 검사하는 등 안전한 수산물 알리기에 열심이다.

상인들도 중국산 냉동꽃게를 팔지 않는다는 팻말을 내걸고 손님 되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연구 중인 한국유통학회의 황의록 회장은 "재래시장이 할인점보다 물건이 싸지 않고 쇼핑하기에 불편하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며 "더 늦기 전에 변신하지 않으면 대형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