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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도시 꿈꾸는 대구 WKM 회의 유치 나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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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달 말 대구시 중구의 한 음식점. 김기성(51·회사원)씨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혼자 식당에 들어섰다. 주인과 종업원들이 있지만 누구도 인사를 건네지 않는다. 식탁에 앉자 종업원이 물 컵을 내려 놓으며 김씨의 얼굴을 쳐다본다. 음식을 주문하자 “예”라고 짧게 답한 뒤 돌아갔다. 식사를 마친 뒤 계산대에 섰지만 주인이 김씨의 얼굴만 쳐다볼 뿐 말이 없다. 그는 “주인에게 밥값이 얼마냐고 물어 본 뒤 지불했다”며 “대구 사람들이 아무리 무뚝뚝하다지만 이 정도면 손님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대구는 보수적인 도시의 표본으로 꼽힌다. 사람들의 성격이 무뚝뚝하고 말수도 적다. 잘 웃지도 않는다. 이는 도시 분위기마저 가라앉게 한다. 외지인에게 불친절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심지어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대구시와 시민단체가 이를 바꾸는 작업에 나선다. ‘미소·친절 도시’ 만들기 운동을 펴겠다는 것이다. 시는 시민단체와 기업 등의 모임인 문화시민운동협의회와 손잡고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다음달부터 미소·친절 표어와 포스터·UCC를 공모한다. 당선작은 관공서·역·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붙이고 도심 전광판 등을 통해 영상을 내보낸다. 친절교육을 위한 시민아카데미도 개설한다. 주부·노인 등을 대상으로 상황극을 통해 미소·친절의 의미를 가르친다. 시는 연말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2000명 이상을 교육하기로 했다. 특히 시교육청과 협의해 초·중·고교생에게도 미소·친절교육을 할 계획이다. 친절과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치면 학교폭력·왕따(집단 따돌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미소·친절사례 작문 발표대회’도 연다.

  미소·친절과 관련한 회의도 추진하고 있다. 도시 분위기 개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는 것이다. 시는 오는 8월 ‘미소·친절 대구 전국 포럼’을 마련한다. 전국의 친절 분야 전문가가 모여 대구를 친절 도시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한다. 2014년 세계미소친절운동(WKM) 회의도 유치하기로 했다. 오는 4월 싱가포르의 본부를 방문해 유치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시는 이 행사가 대구를 친절 도시로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미소친절운동(WKM·World Kindness Movement)=친절을 세계인에게 전파하기 위해 1997년 싱가포르에서 8개국의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기구. 1998년부터 2년마다 회의를 열어 친절운동 사례를 발표한다. 싱가포르·한국·미국·호주·영국·일본 등 17개국의 친절운동 관련 시민단체 20곳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회의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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