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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에게 신장 떼어준 목사 … 군목 땐 ‘병사들의 아버지’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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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한 대령출신 신용백 목사. 수술 전날의 모습이다. [구윤성 대학생 사진기자 (후원:Canon)]

“군 복무 시절 손가락을 다친 병사를 보면 제 것이라도 떼 주고 싶었습니다.”

육군 대령 출신인 신용백(55) 시냇가푸른나무교회 목사가 지난 2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신장 기증 수술을 했다. 생면부지인 만성신부전증 환자 김모(47)씨를 위해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가족·친지간 신장이식 수술이 아닌 순수 기증 수술은 연간 10건 안팎에 불과하다”며 “대형 교회 목사 중에선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신 목사는 1982년 4월 입대해 2009년 3월 군종(軍宗) 병과 최고 계급인 대령(국방부 군종실장)으로 전역했다. 군에서 목사로 일하는 동안 병영 문화 개선을 주제로 한 군부대 간담회를 주도했다. 군 자살 방지 프로그램인 ‘비전캠프’에도 참여했다. 그는 “내가 참여한 캠프를 거친 복무 부적응자 1260명 중 자살한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며 “자살을 두 번이나 기도해 강제 전역을 권유받았던 한 병사를 자살방지 교관으로 거듭나도록 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군 시절 그의 별명은 ‘아버지’였다. 어떤 병사를 만나든 “아들아”라고 부르며 다가가는 그에게 병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지금도 매년 전역한 ‘아들’들이 40~50명씩 그를 찾는다.

전역 후 서울 관악구에서 목회 활동을 시작한 그는 교회를 지역 사회에 개방했다. 불교 신자가 교회에서 작품 전시회를 연 적도 있다.

교회 신도 700여 명도 그를 따라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그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투석 때문에 말 못할 고생을 한다”며 “이들을 돕기 위한 장기 기증 운동이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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