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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신용카드사가 ‘성의’를 보일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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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장정훈
경제부문 기자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신용카드사와 영세 자영업자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100만여 명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엊그제 카드업계 부동의 1위인 신한카드를 지목해 결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가게 입구에 ‘신한카드 결제 거부’라는 노란색 스티커를 붙여 놓고 신한카드는 아예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단체행동이 현실화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카드 이용자들의 불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매출 규모가 큰 다른 가맹점과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식당이나 동네 빵집에 적용하는 최고 4%대의 수수료율을 자동차회사나 백화점·대형마트 처럼 1%대로 낮춰 달라는 요구다. 서울 용산에서 동태찌개집을 하는 신효석(44)씨는 “카드 수수료율을 1.5%로만 낮춰주면 월 12만원 정도가 생긴다”며 “그 돈이면 초등학교 3학년 큰아들을 남들 다 보내는 수학·영어 학원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신용카드사와 맞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게 백화점협회나 주유소협회처럼 자신들도 ‘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이다. 현행법에는 한 해 매출이 9600만원 미만이면 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

 이런 목소리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은 “자영업소의 수수료율이 높은 것은 숫자가 많아 매출전표 처리에 그만큼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며 “여신금융협회 차원에서 검토해 해결책을 낼 것”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신용카드사가 이런 식으로 나와서는 바른 해결책을 이끌어 낼 수 없다. 보다 대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재정 상태를 비교해도 그렇다. 지난해 말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형 은행에 진 빚만 102조여원에 달한다. 반면 전업카드사 6곳은 2010년에만 2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 돈을 마케팅에만 쏟는 바람에 국민 한 명당 신용카드 5장을 가질 정도로 신용카드가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카드 가입자 수도 중요하지만 가맹점 역시 많아야 카드사는 이익을 더 낼 수 있다. 그리고 수수료율 문제는 당사자끼리 푸는 것이 최선이다. 자칫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 바람에 휩싸일 경우 해법은 더욱 꼬인다. 신용카드사들은 카드 이용자의 불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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