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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월세…푸어 인생 시발점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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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참담한 인생의 시작인가. 월세가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급등해 살길이 막막하다는 서민들의 하소연이 많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대학생은 오른 월세 때문에 학업보다 돈벌이가 더 우선이다. 월급 100만원대 직장인도 월세 떼고 세금 떼고 나면 남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마이너스 인생인 경우도 적지 않다.

좀 싼곳으로 옮기자니 야근이 많거나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하는 서민들근무환경상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정말 돈없는 사람들의 인생은 더욱 고달파간다.

이화여자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권모(24)씨 사연이다.


"서대문구 창천동 아남인베스텔 24㎡형(이하 전용면적)에 월세를 살고 있다. 1년새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5만원에서 65만원으로 뛰었다. 게다가 등록금도 올랐다.

그래서 방학동안 고등학생 개인지도를 2명으로 늘렸다. 이도 모자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제 취업 준비를 해야할 학년이 돼 지금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도 줄여야할 판인데 등록금ㆍ월세 상승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입장이다.

명예퇴직하신 후 택시운전을 하시는 아버지도 수입이 마땅치 않아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어 더욱 갑갑하다."

전셋값 뛰자 월세로 몰려

대기업이 아닌 고만고만한 중소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의 삶도 별반 다를게 없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IT 회사를 다니는 박모(34)씨의 처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H오피스텔 38㎡형에 살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세는 월세 70만원(보증금 1000만원) 정도였다.그러나 최근 집주인은 월세를  100만원으로 올려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야근이 많아 비싼 월세를 감당하면서 회사근처에 살았는데 지금 경제사정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돼 용인 수지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으나 회사일이 많아 직장근처 찜질방에서 자는 일이 많다.

경기침체로 회사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올해 연봉이 동결돼 오른 월세를 도저히 커버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도 오피스텔 월세내고 생활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결국 내 인생은 집세 내다가 끝나는 슬픈 생활의 연속이 되는 것 아닌가 두렵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월세가 오를까?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월세로 돌아서 그만큼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창천동 부동산마을 김윤식 사장의 말이다.

“월세를 올려도 세입자들이 꾸준히 몰리니 집주인들이 계속 월세를 올리는 것이다. 오피스텔은 재계약률이 높지 않은데 요즘은 재계약이 부쩍 늘어났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것도 원인이다. 마포구 동교동 마젤란21(208실)은 월세물건은 8실이 있지만 전세는 1실 있다. 서초동 석탑(110실)은 전세물건 아예 1실도 없다.

서초동 타워공인 선중선 사장은 시장 상황을 이렇게 전한다.

“세입자들이 전세를 살고 싶어도 물건이 없어서 결국 월세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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