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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값 올린 장본인 바로 너?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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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기자]

전셋값이 왜 오를까? 전셋집 찾는 사람이 많아서지. 그렇다면 왜 일정 시기에 전셋값이 크게 상승하나? 그 때 수요가 엄청 몰렸기 때문이지 않나.

질문이 너무 상식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매년 이사수요는 비슷할 거고 설령 많이 늘었다 해도 증가한 수치가 얼마나 되겠느냐다.

수급이 잘 맞춰있는 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왕창 쏟아졌을 때 가격은 필히 오르게 돼 있다. 주택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등 우리 생필품도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

작년에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한동안 잠잠하던 전세시장이 요동을 쳤다. 집값이 오를 기미가 없자 아예 집 사기를 포기하고 그냥 전세로 눌러앉은 사람이 늘어서전셋값이 대폭 상승했다고 생각할 게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정도 수요가지고 전셋값이 폭등하지 않는다. 설령 한두달 요동치더라도 일정기간 지나면 잠잠해진다.

그러나 작년엔 1년 내내 전셋값 상승으로 서민들의 애간장이 탓다.

이유는 재건축ㆍ재개발로 집이 철거되면서 여기에 살던 사람이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주변지역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 수요가 자그마치 서울에서만 1만8000여가구. 평수도 10평형대 소형에서부터 중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주 수요도 한두달에 왕창 나온 게 아니라 매달 얼마씩 꾸준이 쏟아졌다. 한달에 평균 1500여가구의 전세수요가 시장에 나왔다는 분석이다.

한 지역에 100여명만 전셋집 구하려 부동산중개업소를 들락거려도 금방 전셋값이 들썩거리는 마당에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중개업소를 헤집고 다녔으니 전셋값 폭등은 당연한 것 아닌가. 

더욱이 작년에 하반기에 이주수요가 더 많아 아파트 전셋값이 더 올랐다.<표 참조>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조사를 해봤다. 지난해 서울시의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구역은 26곳. 재개발 1만3372가구, 재건축 5225가구 등 이주 가구수가 1만8000여가구다.

이 중 절반이 넘는 곳이 하반기부터 이주를 시작하면서 재건축·재개발 단지 이주수요와 가을 이사철 이사수요까지 겹쳐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청실1·2차(3216가구), 양천구 신월동 신정1-1지구(2519가구) 등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사업장만 5곳으로 일대 전세시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

대치동 청실 이주, 일대 아파트 전셋값 상승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봄 이사철이 마무리 돼가던 지난해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하반기부터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주를 진행한 대치동 청실아파트 일대 전셋값은 2011년 6월 3.3㎡당 1330만원 선에서 두 달 만에 15%이상 껑충 뛰었다.

올 1월 기준 대치동 일대 평균 전셋값은 3.3㎡당 1430만원. 지난해 6월 대비 3.3㎡당 1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전용면적 84㎡형 아파트 전셋값이 3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강남구 전셋값은 3.3㎡당 평균 82만원, 서울은 평균 50만원 상승했다. 대치동 전셋값 상승폭이 서울시 평균보다 2배 정도 더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4억원 선이던 인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형 전셋값은 청실아파트 이주가 시작된 지 한달 만에 5000만원이 오르는 등 폭등했다가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강북 지역에서도 재개발에 따른 이주가 진행되면서 전셋값이 들썩이긴 마찬가지. 특히 서대문구 일대는 북아현뉴타운 등 재개발 구역이 몰려 있어 이주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1022가구 규모의 이주가 진행된 서대문구 북아현1-1구역 일대도 지난해 전셋값이 상승했다. 인근 북아현동 두산 아파트 전용 59㎡형의 전셋값이 지난해 연초보다 1700만~2000만원 가량 올라 1억8000만~2억원 선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면서 북아현동 일대 다가구·다세대 전셋값도 끌어 올렸다. 지난해 초 1억~1억3000만원 수준이던 북아현동 일대 단독주택 전셋값이 재개발 구역 이주가 시작되면서 5000만원 이상 올랐다.

게다가 올해 2000여가구의 북아현 2구역 이주물량이 아직 남아있어 매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이주가 시작된 곳에서도 전셋값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강동구 고덕시영 재건축 단지가 이달 16일부터 본격적인 이주에 나서면서 강동구 고덕동 일대 전셋값이 연일 상승세다.

1월 첫째 주부터 4주 연속 일대 전셋값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2500여가구에 이르는 고덕시영 이주수요가 주변지역 전셋값 상승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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