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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에서 현대음악까지 … 한국 음악사 집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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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송방송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사전 편찬 작업은 학자가 해야할 기본적인 임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송방송(70)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한국 음악사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그가 6일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한겨레 음악인 대사전』을 펴낸다. 이 책에는 삼국시대 및 고려시대 음악인부터 현대 한국 음악인까지 9700여 명을 담았다. 전통 국악과 클래식 등 분야를 넘나들고, 북한과 조선족 출신 음악인까지 포함돼 ‘한겨레’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2008년 교수 퇴임 이후 음악 관련 사전을 차례대로 펴냈다. 2009년 『한국 근대 음악인 사전』을 시작으로 『악학궤범 용어총람』 『조선 음악인 열전』 『한국 현대 음악인 사전(상·하)』 등을 잇따라 출간했다. 대략 1만 페이지 분량이다.

 송 교수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갖고다니는 휴대전화가 없다. “집에만 있으니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다.

 3일 만난 그는 “작년부터 엉덩이가 아파서 방석 2개를 놓고 작업을 하는데 푹신하지만 가끔 옆으로 기울어질 때도 있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 하루 종일 작업만 하나?

 “오전 6시에 일어나서 도봉산 중턱까지 다녀온다. 오전 9시부터 작업을 시작해 (밤) 9시 뉴스 보기 전까진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컴퓨터 앞에서 원고 작업을 한다. 얼마전 일이 있어 광화문에 다녀왔는데 10년 만에 처음으로 교보문고에 들렀다. 주변이 다 바뀌었더라. (웃음)”

 송 교수는 운전면허가 있지만 승용차는 없다. 영남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학생들과 함께 스쿨 버스를 타고 다녔다. 인터뷰 도중 봉투에서 꺼낸 원고에는 빨간색 볼펜 자국이 가득했다. “집에서 (시청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교정 본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배재고등학교에서 성악가를 꿈꾸던 송씨는 주변의 권유로 국악과를 지원하게 됐다. 그는 “입시 한 달을 앞두고 가야금을 배웠는데 시험장에서 음을 틀리게 연주했다. 그게 중령산 초장이었다. 그나마 필기시험을 잘쳐서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석사를 마친 송 교수는 캐나다 토론토대를 거쳐 미국 웨슬리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캐나다 맥길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국립국악원장, 영남대 음대 학장을 지냈다.

 - 국악 전공자가 왜 유학을 갔나.

 “연주하시는 분들에게 ‘계면조가 뭐냐’고 물으면 그냥 노래를 불렀다. 서양 사람들은 음악을 연구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그게 없어 서양 사람들이 어떻게 음악을 연구하는지 궁금해서 배우러 갔다.”

 송 교수가 만든 사전들은 서울대 국악과 입학부터 이어진 끈기의 산물이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생소한 용어가 나오면 카드를 만들어 정리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 등을 보면서 처음 보는 음악가들을 꼭 기록으로 남겼다.

 - 왜 사전을 만드나.

 “사람들에게 읽히는 음악사 책과 사전을 쓰겠다는 두 가지 꿈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전 작업은 광산으로 치면 원석에서 금덩어리를 뽑아내는 것이라 그만큼 중요하다.”

 1990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중풍으로 감각이 느려진 왼손 대신 오른손으로만 온탕의 온도를 확인해야 하는 송 교수지만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고희를 맞는 올해 가을 『한국 음악 대사전』을 펴낼 예정이다. 지난 60년 서울대 국악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이어진 그의 정리 작업에 마침표가 찍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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