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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아파트 … 없는 것 없이 다 팔아 190배 성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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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호 22면

서울 문래동 GS홈쇼핑 방송센터에서 3일 오후 진행된 진동 마스카라 방송 장면. 앞에 보이는 대형 모니터에는 방송 장면과 함께 전화 주문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최정동 기자

“침구에 있는 먼지를 얼마나 잘 빨아들이는지 시청자에게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니 그걸 신경 써 주세요.” 2일 오후 서울 문래동 GS홈쇼핑 방송센터. 한경희생활과학의 김철우 홈쇼핑 팀장은 방송 시작을 앞두고 쇼핑호스트에 마지막으로 제품을 설명하며 특성을 잘 알려줄 것을 당부했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그는 모니터실로 달려가 전화 주문량을 수시로 체크했다. 이 회사는 침구청소기를 비롯해 대부분 제품을 TV를 통해 판다. 김 팀장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쇼핑에서 올린다”며 “홈쇼핑 초기에는 방송이 끝나야 판매량 집계가 나왔다는데 요즘은 실시간으로 주문량과 고객 반응이 뜬다”고 말했다.

TV홈쇼핑 판매 10조원 시대

1995년 8월 삼구쇼핑(현 CJ오쇼핑)·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 출범으로 시작된 TV쇼핑 시대가 16년 만에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TV홈쇼핑 5개사의 전체 상품 판매액(인터넷·카탈로그 판매 포함)이 10조6800억원에 달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GS 2조5430억원, CJ 2조5056억원, 롯데 2조4500억원, 현대 2조3250억원, NS(농수산) 8605억원이다. TV홈쇼핑 판매액은 첫해 220억원에서 이듬해 560억원을 기록했고, 해마다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TV홈쇼핑 같은 유통업체는 2003년 바뀐 회계기준에 따라 판매수수료와 직접 판매액을 매출로 계산하도록 돼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상품 판매액을 ‘취급액’ 또는 ‘총 매출’로 잡아 판매 규모를 알 수 있도록 한다. 회계기준상 지난해 매출은 GS홈쇼핑이 9061억원, CJ홈쇼핑이 8947억원이다.

TV홈쇼핑의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2년 유통업태별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TV홈쇼핑의 올해 성장률은 19.9%로 1위다. 특히 올해 1월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으로 파는 ‘홈&쇼핑’까지 문을 열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 유통산업정책실 정상익 연구위원은 TV홈쇼핑의 고속 성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택배·카드결제 시스템과 같은 첨단 인프라를 바탕으로 편리하게 물건을 사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데 성공했다. 집에서 물건을 사고 싶지만 인터넷 사용에 익숙지 않은 주부와 중장년층을 집중 공략한 것이 효과를 냈다. 여기에 소비자의 구입 편리성을 고려한 세트형 제품 구성과 제품 반복 설명, 장기 무이자 할부와 같은 적극적 마케팅이 힘을 보탰다. ‘매진임박’ 같은 멘트로 구매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방송 심의 강화로 이 같은 용어는 쓰지 못한다.

백화점이나 할인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 못지않은 다양한 상품 판매도 특성으로 꼽힌다. 홈쇼핑 방송 초기에는 유통망이 없는 중소기업의 소형 가전제품이나 아이디어 상품이 많았다. 요즘에는 해외 명품에서 외제차·아파트까지 거의 모든 상품을 판다. 상품의 다양화뿐 아니라 구매 패턴도 바뀌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구매가 늘고, 중장년 남성의 이용도 예전보다 잦다. 직장인 최신비(28·서울 중계동)씨는 “출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자주 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오면 구매한다”며“물건을 산 후 바로 페이스북으로 친구에게 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채덕병(45·서울 가락동)씨는 “아무래도 편하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돼 요즘엔 생활용품은 홈쇼핑을 통해 사곤 한다”고 말했다.

TV홈쇼핑 업체들은 첨단 유통 채널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쇼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이 핵심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대에 따른 발 빠른 전략이다. 이들 첨단 유통 채널을 통한 판매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고, 할인 혜택을 주는 등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오클락 실시간 랭킹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인기 상품 리스트를 보여준다.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전용 상품을 내놓았다. 현대홈쇼핑은 SNS 서비스인 ‘카카오톡’과 연계한 상품 판매를 하고 있고, 리모컨 조작만으로 상품 검색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스마트TV용 앱도 내놨다.

단순한 상품 유통을 넘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유명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단독 상품 판매를 확대하는 것도 과거와 다른 흐름이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말 배우 이미숙,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함께 독자 여성복 브랜드 ‘스타릿’을 선보였다. GS홈쇼핑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같은 방송 콘텐트와 연계한 단독 상품을 내놨다.
홈쇼핑 업체들은 또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드 넓은 해외 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CJ오쇼핑이 인도에서 운영하는 ‘스타 CJ’는 중상류층 대상으로 국내 중소기업인 홈파워의 빨래 건조대, 삼성전자의 LED TV와 갤럭시탭 등을 판다. 특히 빨래 건조대는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한 달 평균 5000개씩을 팔고 있다. 이 회사 글로벌사업담당 김영근 상무는 “중국·인도·베트남에 이어 지난해엔 일본 현지업체를 인수해 ‘CJ프라임쇼핑’을 서비스하는 등 아시아 각국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대만에서 사업 중인 롯데홈쇼핑은 이달 중순 베트남에도 현지 업체와 손잡고 홈쇼핑 방송을 시작한다. GS홈쇼핑은 중국·인도·태국 등지에 진출했다. 현대홈쇼핑은 중국 상하이에 현지업체와 합작한 ‘현대가유홈쇼핑’을 운영 중이다.

TV홈쇼핑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와 성장에 기여한 공로가 빛이라면 판매 제품 가격의 30%를 넘는 수수료는 그림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TV홈쇼핑 입점업체의 수수료율이 평균 37%에 달해 홈쇼핑 업계의 수수료 인하를 유도해가기로 했다. TV홈쇼핑협회 연정훈 팀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홈쇼핑의 고민”이라며 “다만 수수료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주는 송출료 등 각종 부대비용이 들어간다. 마진율은 10~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은 1977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라디오방송국 WWQT가 광고 대금 대신 받은 전기 병따개를 판 것을 시작으로 본다. 82년 미국 홈쇼핑네트워크(HSN) 출범으로 홈쇼핑이 대중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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