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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안 국회에 묶여 있는데 … 감사원, 추진 늦다고 국방부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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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가 이미 난 국방개혁안에 대해 감사원이 뒤늦게 국방부를 상대로 정책감사에 나선다. 국방개혁안은 이미 군조직법 등 5개 법안으로 만들어져 국회에 계류 중인데, 그 내용과 지체 사유에 대해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인 데다, 군기밀 등 민감한 내용이 많다는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3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감사원의 국방감사단(단장 김성홍)은 지난 2일 국방개혁 실무 책임자인 홍규덕 국방개혁실장 등 국방부 간부들을 감사원으로 불러 “국방개혁이 지연되는 이유 등을 감사하겠다”고 통보하고, 이들을 상대로 2시간 동안 예비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이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국방개혁 307계획’이다.

 감사원은 예비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 정한 ‘국방개혁 2020계획’이 ‘2030계획’으로 왜 10년 늦춰졌는지, 중장기 전력 강화 방안 등을 담은 73개 개혁 과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군사기밀 등이 모두 감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보고를 받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감사를 받더라도 기밀과 관련한 사항은 비토(거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국방부와 그 산하기관인 방위사업청 등의 예산·회계나 원가 부정행위 같은 비리 등을 감사한 적은 있지만 추진 중인 핵심 정책 사안을 감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 두 달 후인 2010년 5월 국방부가 당시 제기된 의혹 해소 차원에서 감사를 자발적으로 받은 적은 있지만 국회에 9개월째 계류 중인 정책을 감사하는 것은 다른 부처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방개혁이 지연된 이유는 해·공군 예비역들의 반발과 국회의 소극성 때문이라는 점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국방부를 상대로 지연 이유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작전지휘권을 육·해군 참모총장에게 넘기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국방개혁안은 지난해 5월 정부 발의로 국회에 상정됐으나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감사원 측은 예비감사에서 “가치 중립적으로 감사하겠다. 도와주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책적 결단을 내린 사안을 가치 중립적으로 놓고 보겠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해 초 감사계획을 수립하면서 ‘국방개혁추진실태’에 대한 감사를 검토하고 국방부 측과 협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방개혁 관련 감사 실시를 확정하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용수·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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