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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출근대란 부른 전동차 추위 탓하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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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일 아침 지하 서울역에서 갑자기 멈춰서 55년 만의 강추위 속 출근대란을 일으켰던 코레일 소속 지하철 1호선 전동차는 불량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고장 차량을 옮기던 중 발생한 탈선 사고도 뒤에서 밀던 후속 차량 기관사(코레일 소속)의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고가 결국 ‘인재(人災)’로 판명될 확률이 커진 셈이다.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3일 사고 차량의 배터리 성능을 테스트했다. 충전 후 전압이 84V를 유지해야 정상이지만 고장 당시 전압은 40V 수준이었다. 이날 테스트에서도 전압은 65V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사용 가능한 최저선인 70V에도 많이 못 미쳤다. 박정일 철도사고조사팀장은 “성능에 문제가 있는 불량 배터리를 쓴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추위 때문에 일시적으로 배터리 전압이 떨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성능 불량인 배터리를 썼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승언 코레일 광역열차처장은 “고장 차량의 배터리는 지난해 12월 19일 교체한 신품”이라며 “교체 이후 한 차례 점검했는데 당시에는 전압이 정상적으로 나왔다”고 해명했다. 박 처장은 또 “배터리는 정해진 교체 주기는 없다”며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때그때 교체한다”고 덧붙였다.

 고장 차량은 차량기지로 옮겨지던 중 종로3가~5가역 사이에서 탈선했다. 자동 제동장치가 작동돼 있는 상태에서 뒤차가 미는 힘 때문에 바퀴가 들려진 게 원인이었다. 앞차가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뒤차가 계속 밀어붙인 건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코레일 박승언 처장은 “자체 조사 결과 후속 차량 기관사가 앞차에 제동이 걸린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후속 차량 기관사의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코레일·서울메트로·서울시장 책임 떠넘기기=지하철 1호선 사고의 미흡한 수습 과정을 두고 해당 노선을 공동 운영하는 코레일과 서울메트로 측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 코레일 측은 “사고 구간은 메트로 관할”이라며 “이 때문에 승객에게 제때 안내를 못 했다”고 말했다. 반면 메트로 측은 “상황을 코레일 측에 신속히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고 당일 오전 사고현장인 종로5가역에 들러 “자세한 사안은 코레일에 물어보라”고 말한 걸 두고도 논란이다. 시민들이 강추위 속에 출근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코레일에만 책임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별·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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