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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아기도 안다, 웃어야 살아 남는다는 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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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웃음의 심리학
마리안 라프랑스 지음
윤영삼 옮김
중앙북스
386쪽, 1만5000원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웃음에 관한 흥미롭고도 유용한 분석서이다. 지은이는 미국 예일대 심리학 교수. 웃음의 본질과 효과, 사회적 의미를 의학·문학·경제학 등 다방면의 이론과 조사를 동원해 고찰했기에 제목은 ‘심리학’이지만 내용은 ‘백과사전’급이다.

 웃음은 과학이다. 얼굴엔 43가지 근육이 있다. 이 근육들이 미묘한 조합을 이뤄 수천 가지 표정을 만들어 낸다. 웃음에 관여하는 근육은 큰광대뼈근육이다. 입꼬리에 붙어 있는 이 근육이 입을 위로 비스듬하게 잡아당기면서 기본적인 웃음을 위한 친숙한 입술곡선을 만든다. 한데 이 근육 중 어느 한 쪽이 더 세게 수축하면서 비대칭적인 표정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바로 억지 웃음을 짓는 경우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꼬리에 붙은 ‘눈둘레근육’이 수축하지 않아 눈 아래 주름이나 눈꼬리주름이 보이지 않으면 이 역시 만들어낸 웃음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표정을 눈을 가린 채 입만 보면 웃고 있지만 입을 가리고 눈만 보면 전혀 웃지 않는 표정이 나오는 경우가 그런 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거다.

아기의 웃음도 다양하다. 사진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무표정, 슬픔, 기쁨, 그리고 모호함까지 읽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웃음은 다른 사람들과 사교적인 관계를 든든히 엮어나갈 시발점이다. [중앙북스 제공]

 웃음은 진화의 산물이다. 아기들의 본격적인 최초 웃음은 자신을 키워주는 사람의 행동을 재빨리 낚아채 반응하는,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다. 발달심리학자 수잔 존스에 따르면 10개월이 된 아기들은 웃음이 껴안기, 배꼽에 입 대고 바람불기, 이유식 등 1차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다. 12개월이 된 아기들은 자신이 웃으면 어른들이 행복해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하거나 보육시설에서 자란 아기는 얼굴을 맞대고 피드백을 해줄 어른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감정적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웃음은 정치다. 20세기 이전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대중들에게 한결같이 엄숙한 표정을 보였다. 정치학자 리처드 엘리스에 따르면 활짝 웃으면서 사진을 찍은 첫 번째 대통령은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이다. 이후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고, 자신감을 표시하기 위해 정치지도자들은 목적에 맞게 웃음을 선택해서 사용한다. 이미지 정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웃음은 경제다. 돈을 벌기 위해 웃음을 지어야 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서비스업이 특히 그렇다. 리츠칼튼호텔 측이 직원들에게 교육하는 서비스 신조는 “웃어라. 우리는 무대 위에 있다”라고 한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웃음을 강조하는 서비스기업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한 실험에 의하면 웃음의 질이 웃음의 양보다 효과가 더 낫다는 사실이다. ‘진짜 웃음’이 고객들의 호응을 얻거나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더 컸다는 것이다.

  친근하고 친밀한 것으로만 생각하던 웃음이 이토록 복잡하고 본질적인 것일 줄이야. 웃음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들춰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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