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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김건태·신치용, 웃으며 악수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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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건태 심판(左), 신치용 감독(右)

프로배구 일곱 시즌 동안 다섯 번 우승을 일군 감독. 국가대표 선수를 거쳐 20년간 ‘최고 포청천’으로 명성을 쌓은 심판. 배구계 두 거장의 싸움은 끝났다. 적어도 겉으로는. 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서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신치용(57) 감독과 김건태(60) 심판은 지난달 31일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200만원과 5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달 24일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경기(대한항공 3-2 승) 후 판정을 두고 말싸움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상벌위원회에 나란히 참석, 결과를 통보받고 악수를 나눴다. “팬들에게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웃음 뒤에 숨겨진 그들의 속마음은 다르다.

 당시 두 사람의 말싸움 장면은 TV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그럼에도 둘은 주변 사람들이 말릴 때까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대립했다. 한 배구인은 “워낙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라 아직도 서로 분이 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배구인생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신 감독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장기간(16년) 단일팀을 맡고 있는 뚝심 있는 지도자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수퍼리그 8연패를 일궈냈고, 프로 원년(2005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김 심판은 한국은 물론 국제 배구계에서도 유명한 포청천이다. 센터 출신인 그는 선수 생활을 거쳐 일찌감치 심판으로 전향, 98년부터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으로 활동해 왔다. 월드리그 결승전(4회), 세계선수권 결승전(4회) 등 굵직한 대회의 심판을 맡았다. 2010년 12월에는 FIVB로부터 특별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이쯤 되니 두 사람의 말싸움은 단순한 판정시비 논쟁이 아니라 프로배구를 대표하는 감독과 심판의 자존심 대결인 셈이다. 신 감독은 “5세트 승부처에서 대한항공 곽승석의 네트 오버를 김 심판이 잡아내지 못했다. 오심이 명백했다”고 말한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면서도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업계에서는 그보다 더한 일도 많다”며 김 심판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반면 김 심판은 속내를 직접 드러내진 않았다. 그는 “불만을 이야기하면 문제가 커진다”며 “심판은 항상 고독한 자리”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나는 국제연맹 경기 400번, 프로경기 2000번 이상 심판을 봤다”며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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