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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송받던 36세 미녀 영부인,국외 탈출하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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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스마

“사막의 장미냐,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냐.”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바샤르 알아사드(47) 시리아 대통령 부인인 아스마 알아사드(36)가 수도 다마스쿠스 공항을 통해 해외 탈출을 시도했다. 이집트 일간지 알마스리 알욤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시리아 야권 소식통을 인용해 아스마가 자신의 세 자녀와 어머니, 사촌 등과 함께 관용차량을 타고 다마스쿠스 공항으로 향하던 중 탈영병들에 의해 발각됐다고 보도했다. 영부인 경호부대와 시민군인 ‘자유 시리아군’ 간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으며, 탈출에 실패한 아스마는 대통령궁으로 다시 돌아갔다.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5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양측의 전투가 갈수록 거세지자 알아사드는 가족들을 안전한 국외로 탈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스마는 JP모건의 투자분석가 출신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서방사회는 그녀가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진정시킬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아스마가 평소 시민활동을 이끌고 시리아의 개혁·개방정책을 홍보해 왔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대통령 부부는 대통령궁 대신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스마는 두 아들과 딸을 직접 자가용으로 등·하교시키는 소탈한 모습으로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하이힐보다는 ‘크리스찬 루부탱’의 단화를 즐겨 신는 그녀는 페이스북 사이트를 개설해 허물없이 국민과 소통해 왔고, 각종 시민단체와 함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등 사회 격차 해소를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지난해 3월엔 프랑스 패션잡지인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시리아인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적극적으로 시민사회에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보그지는 그녀를 ‘사막의 장미’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시리아 반체제 시위에 대한 유혈탄압이 시작되자 아스마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지난해 친정부 시위에 참가하는가 하면 지난 10일 아사드의 대국민연설 때는 곁에서 남편을 지지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됐다. 지난해 가을 시리아를 방문한 국제구호요원들이 아스마에게 “시민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표정 없이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고 한다. AFP통신은 “아스마는 (결국 처형되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부인인)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라며 국제사회의 아스마에 대한 비난을 소개하기도 했다.

 시리아의 이슬람 수니파 출신의 심장전문의였던 아버지와 외교관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스마는 4개 국어를 구사하는 패셔니스타다. 외교가에서는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와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와 함께 패션 아이콘으로 통한다. 일각에서는 “아스마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지만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옹호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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