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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학교·지역사회 힘 모아야 우리 아이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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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사례1 : 천안 A고등학교 2학년 B(17)군 등 4명은 지난해 12월 27일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소재 아파트 앞에서 중학생 C(13)군 등 2명을 후미진 곳으로 끌고가 폭행하고 돈을 뺏었다. 경찰조사 결과 B군 등은 버스비가 없어 돈을 마련하고자 돈을 빼앗았다고 진술했다. 빼앗은 돈은 현금 5000원에 불과했지만 B군 등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및 공동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사례2 :천안 D중학교에 다니는 E(16)군은 2011년 한해 동안 여러명의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 얼마 전에는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유명 메이커의 점퍼를 샀지만 학교 친구들이 입고 다니지 말라고 위협해 입을 수가 없었다. E군은 또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당하는 구타를 견뎌내야 했고 친구 옷에 음식물이 묻었다는 이유로 드라이크리닝을 해줘야 했다. 견디다 못한 E군은 부모에게 고통을 호소했고 현재 심리상담센터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사례3 : 최근 천안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일부 고등학생들이 지역 조직폭력배들과 연계돼 학교 폭력을 주도하고 있어 교사가 해결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며 경찰에서 지역 조직폭력배와 고등학교 일진들과의 연계성을 조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중학교 교장은 천안에 있는 중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아산에 있는 중학교로 옮겨 온 뒤 학생부장과 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박인배 강사가 학교폭력에 대한 진단방법과 대처 방안에 대한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구재단 제공]

학교폭력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지역 사회 곳곳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토론회와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폭력적인 성향이 도를 넘어서면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재)김구재단은 27일 천안 컨벤션센터 별관 4층과 직산읍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박인배 강사를 초청해 학교폭력에 대한 진단방법과 부모·가정·교사·학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특강을 2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이날 박 강사는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심리상태를 설명하고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어느 정도 노출돼 있는지 알아보는 진단방법과 대처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박 강사가 소개한 2011년 12월 이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학교폭력 사례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가 없다. 가혹행위에 의한 자살, 여중생 집단·상습 성폭행, 왕따로 인한 자살, 금품 갈취 등 청소년들의 범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학교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최근에는 본인이 소속된 학교뿐 아니라 타 학교 학생이나 자퇴생, 졸업생까지 얽혀 집단화·계급화된 조직으로 거대해 지고 있어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26일에는 천안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시민자치연구소가 주관한 학교폭력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우석대 서성민 교수와 쌍용고 구자명 교사, 곽지숙 학교폭력 상담사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성민 교수는 ‘학교폭력의 현황과 대처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학교폭력은 신체, 심리, 환경, 법률적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동시에 나타나지만 관련기관 활동은 매우 산발적이어서 연계와 유기적인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학교폭력책임교사와 전문상담교사, 지역복지, 청소년상담센터의 연계체계와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연계를 감독하는 기관 종사자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는 과도한 입시경쟁 교육이 학교 폭력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구자명 교사는 “일제고사를 통한 개인, 학교, 시·도간 평가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명문학교 진학과 국어·영어·수학 교과편중의 높은 점수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자존감 있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지숙 상담사 역시 “학교폭력은 공부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경쟁이 만들어낸 생산물”이라며 “입시위주 교육 등 지나친 경쟁으로 비인간적인 교육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와 함께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 배치보다는 학교현장의 전문상담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평등교육천안학부모회 김난주 공동대표는 “학교폭력은 날로 험악해지고 있는데 학부모 자원봉사나 전담 경찰관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 될 수 없다”라며 “학교현장에 교육예산을 늘려 전문상담인력을 확대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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