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린이대공원에 삼신할매 오셨나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누구 몸값이 1000만원일까요? 지난해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을 포함해 14종 29마리의 동물이 태어났다. 11월 태어난 호랑이 등 위로 왼쪽부터 사막여우(9월), 리카온(12월), 일본원숭이(9월).
오른쪽은 지난해 6월에 태어난 남아메리카물개 ‘온누리’.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광진구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 한 우리에서 ‘으렁~으렁~’ 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동물 새끼가 태어났다. 주인공은 아프리카 사냥개로 불리는 리카온(Lycaon). 사하라 사막 남쪽에 분포하는데 개체 수가 많지 않다. 희귀종으로 취급돼 마리당 1000만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어린이대공원은 2010년 5월 맹수마을을 열며 리카온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두 마리를 들여왔다. 현재 국내 동물원 중 어린이대공원에서만 볼 수 있다. 귀한 몸인 만큼 동물원에서도 밀착 보호를 했다. 사육사 박은화(30)씨는 “처음 보름 동안 집에 데려와 새끼 리카온을 키웠다”며 “친엄마의 마음으로 극진하게 보살폈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새끼 리카온을 비롯해 지난해 어린이대공원에서 14종 29마리의 동물이 태어났다고 30일 밝혔다. 사막여우, 남아메리카 물개처럼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포함됐다. 조경욱(42) 어린이대공원 수의과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조성된 친환경적 서식환경 덕분에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번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사막여우 새끼 3형제가 태어났다. 사막여우는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와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친구로 친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막여우가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 출산 뒤 새끼를 잘 보듬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작은 소리에 놀라 새끼를 죽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새끼 3형제를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격리시켰다. 지금도 철통같은 감시 아래 보호받고 있다. 4월 봄꽃축제 기간에 새끼 3형제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태어난 남아메리카 물개 새끼 ‘온누리’도 사막여우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도 새끼 동물의 울음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잔점박이 물범 등 희귀동물의 임신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잔점박이 물범의 임신은 동물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22살 동갑내기 잔점박이 물범 한 쌍은 5년 전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 오랫동안 암컷의 태기가 없었다. 동물원은 2010년 4살 암컷 한 마리를 새로 들여와 사랑싸움을 붙였다. 결국 두 암컷 모두 임신이라는 낭보가 전해졌다. 이복형제인 물범 2세는 다음 달과 4월께 각각 태어날 예정이다. 야생고양이 서발(Serval)도 조만간 새끼 울음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