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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억 피부숍’, 사실이 아니라는데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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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막판 최대 이슈는 ‘나경원 후보가 1억 피부숍에 다녔다’는 의혹이었다. 선거 며칠 전 터져 나온 이 의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속히 유포되면서 유권자의 공분을 일으켰다. 한데 결론적으로 이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나경원 후보의 고발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 서울시경에 따르면 나 후보가 해당 병원에서 쓴 비용은 딸과 자신의 치료비를 포함해 550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 측은 이를 보도한 시사IN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재기자들이 해당 피부과 취재 당시 ‘1장이냐’는 질문에 원장이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답변해 사실로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는 게 이유다.

 이 사안은 그 내용보다도 선거운동에서 ‘SNS의 파괴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선례로 관심을 모은다. 투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 유권자의 감정과 분노를 자극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로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SNS 정보는 밑도 끝도 없이 발현해 빛의 속도로 창궐하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독특한 정보순환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이 더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올해 선거에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선거 전날까지 인터넷과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마구잡이식 폭로와 의혹 제기가 넘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 같은 허위 폭로를 제재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무턱대고 리트윗되는 정보를 차단할 수도 없고, 자극적 SNS 폭로에 뒤늦게 아날로그식으로 해명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고, 허위폭로라도 ‘믿을 만한 정황’만 엮어내면 사후 처벌도 쉽지 않다. 결국 유권자들은 자칫 SNS정보에 휘둘리다간 터무니없는 선량을 선택하게 될 위험도 커졌다. SNS선거운동은 올해가 시금석이 되는 해다. 따라서 유권자를 미혹하는 허위 폭로를 차단하고, 사후에라도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대책을 세워 앞으로도 계속될 SNS선거운동의 방향타를 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