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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단독주택 세금, 아파트 수준으로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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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겠다고 나선 것은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그간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시세가 비슷해도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훨씬 높았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72.7% 수준인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58.8%에 머무른 탓이다. 이는 같은 1억원짜리 집이라도 단독주택은 5880만원을, 아파트는 7270만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다는 의미다. 또 같은 단독주택이라도 서울과 지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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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은 이 비율이 45.3%에 머문 데 비해 광주는 76.1%로 격차가 30%포인트 이상 났다. 이 같은 ‘제각각 공시지가’는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 지적 대상이었다.

 정부가 일단 ‘균형성 회복’으로 방향을 정한 이상 단독주택 소유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특히 고가 주택을 소유한 부유층의 부담이 커진다. 올해 표준 단독주택 중 전국 최고가로 기록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은 지난해 37억5000만원에서 올해에는 45억원으로 20% 뛰었다. 국민은행 WM사업부 원종훈 세무사에 따르면 이에 따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지난해 2858만7000원에서 올해는 3684만9000원으로 29% 늘어난다. 6억원 초과 주택의 재산세 부담 상한선은 전년 대비 30%다. 다만 9억원 초과 주택은 종합재산세가 부과돼 이론상으로는 전년 대비 50%까지 오를 수 있다.

 공시가격 3억~6억원인 주택은 재산세가 8~9%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5억9500만원에서 올해 6억2700만원으로 오른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주택의 경우 재산세가 145만7400원에서 157만6440원으로 8.2% 증가한다.

 전체 단독주택의 94%를 차지하는 공시가격 기준 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1억7900만원에서 올해 1억9000만원으로 6.15% 오른 한 단독주택의 경우 재산세는 지난해 13만1100원에서 올해 13만7650원으로 6000원가량 오르는 데 그친다. 원 세무사는 “서울 용산과 강남·서초의 경우 오름폭이 높으면서도 고가주택이 많아 보유세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키 맞추기’는 내년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중산층 단독주택 소유주들의 부담도 누적돼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인상으로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61~62% 수준으로 오른다. 올해 같은 상승 폭을 3~4년가량은 지속해야 실거래가 비율이 아파트 수준에 접근하게 된다. 특히 실거래가 반영비율이 낮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울산 지역의 부담이 빠르게 올라야 하는 구조다.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뿐 아니라 지역 건강보험료 등도 오를 수 있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취득세 등 지방세의 과세표준액을 결정하는 자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 ▶증여세·상속세 등 국세 산정을 위한 기준시가 ▶건강보험료 등급 산정, 무주택자 판정 기준 ▶근로장려세제 등 각종 복지혜택 신청자격을 가리는 데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독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 건보료 등의 갑작스러운 인상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거래 빈도나 환금성이 떨어지고, 주택마다 개별성도 강해 일률적으로 공시가격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재정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2006년부터 조사해온 단독주택 실거래가 자료가 축적되면서 공시가격이 시세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왔음이 확인됐다”며 “다만 세금이 급증하면 조세저항의 우려가 있어 한꺼번에 크게 올릴 수는 없고 당분간은 지역 간 가격 균형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31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국토부 홈페이지(www.mltm.go.kr)나 주택 소재지 시·군·구 민원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기간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재조사·평가를 한 뒤 3월 19일 조정된 가격을 재공시할 예정이다.

조민근·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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