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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리그 합격생들의 비교과활동 노하우

중앙일보

입력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이재현군과 고유라양, 강희구군(왼쪽부터)은 “미국대학은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학생을 선호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대학에 지원할 땐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춘 활동 이력을 정리해 자신만의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지원자 대부분의 시험성적이 만점에 가까운 아이비리그 입시에선 특색 있는 비교과 활동과 매력적인 에세이가 다른 지원자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핵심이 된다. 하버드대에 합격한 이재현(민사고 3)군과 MIT·컬럼비아대에 각각 합격한 고유라(용인외고 3)양·강희구(민사고 3)군이 3년간 차곡차곡 쌓은 비교과 활동 내용을 살펴봤다.

‘난 어떤 학생이다’ 핵심어 정해 비교과활동 정리

 이들의 비교과 활동엔 ‘주제’가 있다. 겉보기엔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여러 활동들이 특정한 주제 아래 통일감 있게 정리돼 있다. 이군의 주제는 ‘새로운 도전’이다.
 
 교내 영자신문 편집장을 맡아 40명이 넘는 동아리 회원 중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회원을 정리했다. 교내 소식 전달에만 그쳤던 이전과 달리 발간하는 매 호마다 교내외를 넘나드는 특집섹션도 꾸몄다. 고1 때 처음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해 3년 만에 프랑스어능력시험(DALF) C1(2등급)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극복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강군은 ‘창의성’을 내세웠다. 579페이지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영문으로 집필하고, 교내 밴드에서 키보드를 즉석 연주하며 작사와 작곡을 해온 창작 경력을 여기에 엮었다. 다양한 과학실험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수상한 각종 대회 경력도 연계시켰다. 창작활동으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 것이다.

 영문학 작가가 꿈인 고양은 관심분야인 ‘언어’와 관련된 비교과 활동을 쌓았다. 교내 영어연극클럽의 극작가와 조감독을 맡아 3편의 창작극본을 영어로 집필했다. 교내 영화평론지의 부편집장을 맡아 친구들의 글을 다듬어주고 교내 영문학 잡지에는 정기적으로 영시·단편소설·수필 등을 기고했다. 국제 언어학올림피아드엔 국가대표로도 출전했다. 이같은 활동을 잘 정리해 자신이 언어 분야의 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봉사활동과 운동을 통해서도 실천했다. 이군의 경우 오염된 학교 뒷산을 청소하는 환경정화 클럽을 신설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두 시간씩 39만평에 달하는 학교 캠퍼스 곳곳을 청소했다. 중증장애아동보호시설인 라파엘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장애아동의 식사를 도왔다. 강원도민체전 수영부문에 횡성군 대표로 출전해서는 금메달을 포함해 4개의 메달을 따기도 했다.

 고양은 학교 라크로스팀에서 주전골키퍼를 맡아 2012 고교연합리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고양은 “운동신경이 둔한 편이라 온 몸에 멍이 들며 연습해 획득한 값진 상이 었다”며 “내 성격의 장점을 서술하라는 대입에세이에서 이때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를‘끈기’라는 주제로 적어냈다”고 말했다.
 
심사서류엔 자신의 색깔 분명하게 드러내

 원서 작성은 활동을 정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한정된 분량 때문이다. 많은 미국 대학들이 입시에 사용하는 공통원서(Common Application)양식을 보면 비교과활동을 적는 공간은 10줄 내외에 불과하다. 고양은 자신의 활동들을 중요도에 따라 순서대로 정리했다. 주된 관심 분야인 영문학·언어학과 관련된 것부터 먼저 썼다. 그는 “영문학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모든 활동을 하나의 그물로 엮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소질·관심분야·장래희망 등이 비교과활동과 논리적인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에세이도 중요한 표현수단이다. 이군은 딱딱한 입시수치와 많은 활동으로 가려질 수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에세이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를 실천한 구체적인 사례, 커가면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 자신을 도와준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내려 갔다. 고양은 자신만의 생각을 단편소설처럼 구성해 에세이를 완성했다. 건조하게 실적을 나열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모습을 풀어나갔다.요약된 형태로 간결하게 쓰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생생하게 드러나도록 노력했다.

 원서 전체가 통일성을 띠는 것은 필수다. “원서에 포함되는 에세이·비교과활동·수상실적 등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수험생의 특성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강군은 “실적만 추구한 비교과 활동들도 몇 가지 있었지만 원서엔 한 가지도 적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원서에서 보여지는 자신만의 색깔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걷어내자 글쓰기·음악·과학실험 분야의 활동경력이 남았다.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한 끝에 활동경력을 선별하자 나만의 색깔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뛰어난 부분을 극대화시켜 차별성을 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군도 비교과활동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는 “2학년 1학기 초에 너무 많은 활동에 참여하다 중요한 대회를 놓치고 성적에도 타격을 입었었다”고 회상했다. “화려한 경력보단 작고 사소해도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활동을 찾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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