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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천연 가습기 … 침실에 라벤더 키워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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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향기는 후각을 통해 대뇌를 자극하고 감정과 육체의 변화를 일으킨다.

석정홀론병원 오홍근(신경정신과 전문의) 원장은 “향기는 종류에 따라 정신 안정과 통증 완화, 소화·혈액순환 촉진 효과를 지닌다”고 말했다. 살며시 흔들거나 문지르기만 해도 향기를 내뿜는 존재가 있다. 그 주인공은 ‘허브(Herb)’다. 시원한 박하향, 달콤한 사과향, 향긋한 장미향 등 허브는 제각각 독특한 향기를 발산한다.

초록이 그리운 겨울, 실내에서 천연의 향을 제공하는 허브에 대해 알아봤다.

허브 향, 심신 안정·순환기능 향상

허브는 ‘향을 지니며 식용·약용으로 쓰이는 식물’을 지칭한다. 고대 이집트나 로마, 유럽 등지에서는 상처 치료를 위한 약초로 사용됐다. 요즘에는 차로 마시고 요리나 미용 재료로 쓰이며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된다.

 허브의 가장 큰 매력은 향기다. 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조태동 교수는 “허브의 향 분자는 후각과 피부 모공, 모세혈관을 통해 신체 각 기관과 조직에 운반된다”고 말했다. 허브 분자는 장기나 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줘 정신·육체적 부조화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오홍근 원장은 “허브의 향을 이용한 향기요법은 불면증·우울증과 같은 신경성 질환 치료에 사용되며 점점 치료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브의 향이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허브 잎은 증산작용을 한다. 건조한 실내에서 ‘천연가습기’ 역할을 하는 것. 최근 농촌진흥청이 꼽은 ‘가습효과가 뛰어난 실내 원예식물’ 상위권에 허브류인 ‘장미허브’와 ‘제라늄’이 포함되기도 했다. 잎의 기공을 통해 수분을 방출하는 ‘증산작용’으로 실내 습도를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실내 오염물질은 뿌리로 흡수돼 공기정화 효과를 덤으로 얻는다.

 허브의 녹색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혈압을 낮추며, 정신을 맑게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컴퓨터 작업이 많은 실내에 허브를 배치하면 눈의 긴장도나 피로감이 덜하다.

수험생 방에는 로즈마리와 민트

허브는 세계적으로 3000여 종이 재배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에서 손쉽게 구입하고 재배할 수 있는 허브는 10여 가지다.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실내에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까.

 휴식과 숙면을 위한 침실에는 안정 효과를 지닌 라벤더가 좋다. ‘향의 여왕’이라 불리는 라벤더는 이완과 진정 효과가 있다. 라벤더의 리날룬 성분은 낮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시켜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험생의 책상에는 뇌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로즈마리와 민트를 배치한다. 로즈마리의 강한 향기는 각성 효과가 있어 잠을 깨우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준다. 민트의 주성분 ‘멘톨’ 역시 특유의 청량감으로 졸음을 쫓아주며 머리를 맑게 한다.

 무기력함과 체력 저하를 호소하는 노인의 방에는 레몬밤과 코리안더가 좋다. 레몬밤의 상쾌한 레몬향은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신경쇠약증과 우울증을 해소한다. 독특한 향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코리안더는 류머티즘과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여성이 상주하는 공간에는 페넬과 캐모마일, 세이보리 등을 배치해 보자. 페넬은 여성에게 좋은 허브로 유명하다. 특히 식욕억제 효능이 있어 ‘다이어트 허브’라고도 불린다. 또 갱년기증후군을 완화하고, 산모의 모유 촉진 효과도 있다. 캐모마일과 세이보리는 발한작용을 한다. 손발이 차고 냉증으로 고생하는 갱년기 여성에게 권할 만하다.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이라면 레몬밤이 좋다.

 장미허브는 겨울철 건조한 거실에 제격이다. 실내 습도를 높여줘 ‘천연가습식물 1위’로 꼽힌다. 시중에서 구매하기 간편할 뿐만 아니라 음이온 발생량 또한 우수해 온 가족이 함께 머무르는 공간에 관상용으로 배치하면 좋다. 감기나 알레르기로 고생할 때 한 번씩 향을 흡입하면 도움이 된다.

 그 밖에도 주방에는 냄새제거·살균효과가 강한 허브 타임을, 장거리 운전자 차 내부에는 ‘신경강장제’로 불리는 바질을, 감기·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질환에 약한 자녀의 방에는 히솝을 두면 효과적이다.

허브차, 말린 잎, 에센셜 오일로 허브 향 즐겨

허브의 향을 가장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재배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허브는 기본적으로 생육이 매우 강해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고 말했다. 단, 그늘진 실내에만 두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루 3~4시간은 햇볕을 쬐게 하고, 물은 겉흙이 말랐을 때 화분 아래로 물이 스며나올 정도로 충분히 준다. 실내에선 햇볕이 잘 들어오는 창가에 둔다.

 허브의 향을 입안 가득 느끼고 쉽다면 허브차를 마셔 보자. 생잎이나 마른 잎 1큰술 정도를 뜨거운 물에 담가 3~4분 우려내고 입맛에 따라 꿀이나 레몬을 첨가한다. 요리할 때 허브 잎을 넣으면 음식의 향미가 더해진다. 특히 허브는 육류·생선요리의 누린내나 비린내를 없애준다. 생잎을 그늘에 하루 정도 말려 사용하면 된다. 주로 세이지·로즈마리·타임·민트 등이 요리에 이용된다

 말린 허브 잎은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헝겊 주머니에 허브 잎을 담아 옷장에 넣어두면 퀴퀴한 냄새가 사라진다. 베개 안에 라벤더·캐모마일 등의 잎을 넣어두면 숙면을 기대할 수 있다. 발냄새가 나는 사람은 신발 안에 말린 로즈마리·페퍼민트 가루를 뿌리면 좋다. 허브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다. 백열등이나 오븐으로 열을 다시 한번 가하면 벌레나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글=오경아 인턴기자, 사진=김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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