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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는 하나, 의장실은 둘 정작 의장은 없는 강서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강서구 의회엔 의장실이 2개 있다. 구의회 직원들은 1층 의장실을 ‘권 의장실’로, 2층 의장실을 ‘이 의장실’로 부른다. 구의회의 한 관계자는 “원래 의장실은 2층에 있었는데 의장이 2명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1층에도 추가로 마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9일 현재 의장실 2곳엔 모두 주인이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소속 구의원들이 2010년 7월 임기 시작 이후 1년6개월 동안이나 의장직을 놓고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는 탓이다.

 이런 희귀한 상황은 같은 해 7월 7일 권오복(민주당) 구의원이 구의회에서 강서구 의회 의장으로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투표 결과는 전체 20표 가운데 권 구의원이 11표, 박상구(민주당) 구의원이 8표, 무효 1표였다. 민주당 강서구 당원협의회의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 소속 구의원 11명 중 7명이 의장 출마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 구의원들은 박상구 구의원을 추대하기로 합의했었다”며 “그런데 막판에 권 전 의장이 한나라당과 ‘모종의 합의’를 해 당선했다”고 말했다. 권 전 의장이 소속 구의원이 9명뿐이라 의장 후보를 내지 못하는 한나라당과 결탁해 민주당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이에 격분한 민주당 구의원들은 구의회를 보이콧했다. 또 한 달여 만인 그해 8월 “의회 일정 파행에 권 전 의장의 책임이 있다”며 의장불신임안을 상정해 바로 통과시켰다. 이후 선거에서 신임 의장에 한나라당 소속 이명호 구의원이 선출됐다.

 권 전 의장은 즉각 반발했다. “의회가 파행된 것은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등 방해 공작 때문”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불신임 의결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3월 승소판결을 얻었다. 권 전 의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강서구 의회는 의장이 2명이 됐다.

 하지만 ‘한 의회 두 의장’ 시대는 9개월 만에 끝났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12월 권 전 의장이 제기한 이명호 의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 전 의장이 권 전 의장을 상대로 제소한 의장 선임 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이 전 의장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둘 다 자격을 잃으면서 강서구의회 의장석은 공석이 됐다.

  이번 법정다툼의 종결자는 검찰이 될 전망이다. 시민단체가 “2010년 7월 강서구 의장 선출 과정에서 무기명·비밀 투표 원칙을 어겼다”며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 9명을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전형근)는 30일 이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들어간다. 이들을 고발한 최대현 강서참여예산시민연구회 대표는 “한나라당 구의원들이 ‘짬짜미’를 한 정황이 있다” 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권 전 의장은 “의장 선거 부정투표 의혹은 한나라당 구의원들의 일이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의장은 “당시 권 전 의장이 (자신을 뽑아주면) 전반기 부의장·상임의원과 후반기 의장을 약속한 사실이 있다” 고 말했다.

이지상·최종혁 기자

강서구의회 의장직 놓고 2년째 다툼

2010년 7월 12일 권오복 구의원(민주당), 구의회 의장 취임

8월 23일 강서구의회 불신임안 상정, 권오복 의장직 박탈, 이명호 구의원(한나라당) 의장 당선

2011년 3월 17일 서울행정법원, 권 의장 측이 낸 의장 불신임의결 취소소송 승소 판결, 권오복 의장, 업무 복귀(강서구 의회 의장 2명)

8월 25일 서울고법, 권 의장 측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받아들여 이명호 의장 직무정지

12월 27일 서울행정법원, 이 의장 측이 낸 의장선임의결 무효확인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 권오복 의장 직무정지(의장 공석)

2012년 1월 27일 강서구참여예산시민연구회(대표 최대현),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 9명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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