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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1층이 분양 효자 됐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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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아파트 1층이 골칫거리라고? 천만에 말씀이다. 테라스, 다락방이 있는 복층평면 등 굳이 특화설계가 적용되지 않아도 요즘 1층은 팬이 꽤 많다. 1층만의 매력은 뭘까.

우선 로얄층보다 싼 몸값에 끌리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건설이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에 짓는 퇴계원 힐스테이트는 지난해 말 분양을 시작한 후 1076가구(전용 84~99)의 절반 정도만 주인을 찾았지만 1층은 일찌감치 다 팔렸다.

1(22가구)은 이미 100% 계약이 완료됐고 2(22가구)은 계약률이 90%, 3(74가구)70%선이다. 층이 낮을수록 계약률이 높다. 정작 로얄층은 수두룩한데 선호도가 낮았던 저층이 잘 팔린 것이다.

층이 낮을수록 분양가가 싸기 때문이다. 같은 주택형, 같은 향, 같은 동인데도 1층이 최상층(22)보다 분양가가 20% 정도 싸다. 기준층(5~7)과 비교하면 15% 저렴하다.

분양가는 층이 낮아질수록 3%씩 싸지는데 한층이 낮아지면 분양가가 2000만원 이상 싸지는 셈이다. 99형의 경우 1층 분양가는 31230만원, 2층은 33070만원, 3층은 35280만원 등이다. 1층과 최상층(22)의 가격차이는 8000만원이 넘는다.

앞서 인천 서구 당하지구에 공급한 검단힐스테이트5(전용 84~99, 412가구)1층이 가장 먼저 팔렸다. 기준층보다 1층 분양가를 12% 싸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이병현 소장은 항상 마지막까지 잘 팔리지 않는 저층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세심하게 나누고 가격 혜택을 적용해 저층 선호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분양시장에서 저층은 골칫거리였고 이른바 로얄층이 인기를 끌었다. 로얄층은 아파트 단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중간층보다 높은 층을 말한다.

저층보다 쾌적한 주거여건(조망일조량 등)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입주 후 몸값이 많이 오른다는 것이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시절 입주 후 수억원의 웃돈이 붙었던 때는 층에 따라서 웃돈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나기도 했다. 때문에 무조건 로열층을 선호했다.

로얄층보다 싼 가격에 끌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침체된 주택 경기가 회복되고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해도 이전처럼 급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층에 따른 매력도 이전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같은 단지, 같은 동의 로열층을 1층보다 5000만원 더 주고 분양받았다면 입주 후 적어도 1층보다 5000만원 이상 몸값이 비싸야 한다. 하지만 주택 경기가 침체한 요즘은 로얄층의 가치가 이전만 못하다. 자칫 저층 분양가를 기준으로 평균 시세가 책정되면 로얄층 분양가보다 몸값이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는 가격과 상관없이 일부러 1층을 찾는다. 아래층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박모(36)씨는 올해 5, 7살된 아들 두명이 있다.

2년전 전용 84아파트를 장만했지만 기쁨도 잠시, 다시 이사할 집을 찾고 있다. 당시 로얄층이라고 4000만원을 더 주고 샀지만 아래층에서 하루가 멀다고 시끄럽다는 항의가 들어와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이들이 별로 뛰지도 않는데 걸핏하면 시끄럽다고 항의를 해 싸운 적도 있다"한창 신나게 뛰어놀 나이의 아이들을 못 움직이게 혼내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인근 아파트 1층으로 이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땅과 가까이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저층을 찾는 이들도 있다. 땅의 기운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신모(69)씨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12)으로 이사한 후 잦은 두통과 호흡질환에 시달렸다고 한다.

신씨는 높은 곳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최근 인근 아파트 1층으로 이사했다. 신씨는 여건이 안돼 단독주택에는 살지 못하고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저층에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색다른 1층만의 조망이 괜찮다는 평도 있다. 요즘 아파트 단지는 조경이 잘 갖춰져 거실 창문 밖에 나무나 꽃 등이 있어 전원주택 같은 분위기가 난다는 것이다.

가격이 싸서든, 어린 자녀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어서든, 땅의 정기를 받아 건강에 도움이 되서든. 아무튼 아파트 1층이 더이상 천덕꾸러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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