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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계열 구조조정 곳곳서 차질

중앙일보

입력

대우 계열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쳐 차질을 빚고 있다.

포드의 인수포기에 따른 대우차 매각작업의 지연 뿐만 아니라 대우중공업, ㈜대우, 대우전자 등도 대외적인 요건 탓에 회사분할이나 해외매각을 통한 새 출발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7월 대우사태 이후 국민경제에 생긴 주름살은 대우그룹의 공중분해 이후 워크아웃을 통한 대수술이 진행중인데도 쉽게 펴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걸림돌이 돼 온 해외채권단으로부터의 채권매입(캐시바이아웃) 신청이 성공리에 마감된 것은 성과로 풀이되고 있다.

◇대우차 매각 포드 포기로 원점= 포드의 인수 포기로 3개월을 낭비한 셈이 됐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9월말까지는 포드 이사회와 대우차 채권단의 승인을 받아 계약서에 사인을 마쳐야 했었다. 이 경우 포드의 자금 투입으로 워크아웃 조기 탈출을
시도한다는 것이 대우차의 기대였다. 일단 18일 매각계획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인수의사가 있는 특정업체를 지정해 최단시간 내에 하더라도 정밀실사과정이 필요한 만큼 최소 2∼3개월은 걸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내 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에 5천200억원, 7월 이후에도 3천100억원의 운영자금을 쏟아부은 대우차에는 채권단의 추가 수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당초 포드가 제시했던 7조7천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매각될 가능성이 더욱 짙어졌다. 결국 대
우차로 인한 국민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함께 당초 9월말 시작을 목표로 진행중이던 국내외 상용차 부문 매각작업도 미뤄질 전망이다.

◇㈜대우 분할 지연으로 속앓이= 지난 7월말 주총 결의에 따라 원래 9월1일 무역 부문의 대우인터내셔널, 건설 부문의 대우건설, 잔존회사 등 3개사로 분할돼 전문 업종별로 새 길을 갈 예정이었다. 이에따라 대우인터내셔널은 자산 3조8천91억원규모(부채 3조3천528억원), 대우건설은 자산 5조9천425억원(부채 5조654억원) 규모의 신설회사로 새롭게 탄생하고 부채를 떠안는 잔존회사인 ㈜대우는 자산 3조1천133억원, 부채 20조7천195억원 규모의 회사로 남아 처리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기업분할 때 내야 하는 3천362억원의 세금 때문에 분할이 늦춰지고 있다. 정부가 워크아웃중인 기업이 분할 또는 합병할 때 조세를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중 개정 법률안'을 상정했지만 지난 7월과 8월의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낼 형편은 못되고 마냥 국회의 법안처리만 기다리다 보니 9월1일 분할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 수주나 무역업무과 많은 대우의 특성상 해외에서 보이지 않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
계의 분석이다.

◇대우중공업 외자유치 성과 못내= 원래 5월1일 대우조선공업(조선부문)과 대우종합기계(기계부문), 잔존회사 등 3개사로 분할될 예정이었지만 이미 신설회사의 지분 배정 문제를 놓고 벌어진 소액주주와의 충돌로 법정에까지 갔다오면서 분할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이후 소액주주와의 합의로 주총을 거쳐 8월1일 분할을 시도했으나 ㈜대우에 앞서 세금 문제에 봉착했다. 조세특례제한법 중 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면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세금이 2천360억원이나 됐던 것.

임시국회만 지켜보며 분할일을 8월16일로 늦췄다가 다시 9월1일로 연기한 뒤 10월2일 분할을 예정하고 있으나 불투명하다.

대우중은 비교적 우량회사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분할 이후에는 가장 빠른 시일내에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선 부문은 조선업의 호황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수주만 15억 달러 이상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며 종합기계 부문도 중국 현
지법인이 중국내 굴착기 시장에서 1위로 부상하고 내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2조835억원에 영업이익 1천612억원을 냈으나 자본잠식 상태여서 경상손실이 2천639억원에 달했다. 부문별로 채권단과 함께 적극적인 외자유치 협상도 진행중이다. 경영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지분의 일부를 해외에 넘긴다는 계획이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우전자 등도 지지부진 = 대우전자는 정부와 채권단이 조기 매각 방안과 회사를 정상화시켜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또 매각할 경우 전문 컨설팅 업체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분할매각 또는 일괄매각 등 처리방향
을 놓고 고심중이다. 이와관련, 오호근 대우 구조협 의장은 지난 7월 "백색가전과 영상사업 부문, 음향기기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만큼 어느 방안이 타당한지를 검토중"이라고 말해 분할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지만 분할매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전기도 해외 전자업체들에 인수의사를 타진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상태다. 다만 대우전자부품만이 전자계열사중 유일하게 국내기업들의 컨소시엄인 알루코컨소시엄에 매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우통신의 정보통신 부문은 지난달 미
국과 영국 투자기관들의 컨소시엄인 CVC컨소시엄과 매각협상을 진행중이지만 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인해 최종계약이 미뤄지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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