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의 풀꽃의 생태와 문화적 의미

고규홍 Books 편집장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국도변을 달리고 싶어집니다. 누가 일일이 보살피지 않아도 코스모스는 도로 옆으로 줄지어 피어나 하느적거리며 길손의 눈길을 오롯이 모읍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풀꽃의 생태와 문화적 의미를 담은 〈피어라 풀꽃〉(이남숙 여성희 함께 지음, 다른세상 펴냄)이 서점 한 가운데에서 피어나 발빠른 독자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하여 '큰노루귀'라는 이름을 가진 연보랏빛 풀꽃이 어둠 속에 환하게 피어난 표지의 사진부터 눈길을 가게 하는군요.

식물은 크게 목본(木本)식물과 초본(草本)식물, 즉 나무와 풀로 나눕니다. 하나의 개체가 여러 해 동안 살고 줄기가 단단하게 발달한 것을 나무라 하고, 줄기의 단단한 부분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한해살이 두해살이 여러해살이 등의 다양한 형태를 갖는 것이 풀입니다. 이를테면 한해 안에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씨를 맺은 뒤 죽는 것이 한해살이 풀이고, 같은 과정이 두해 동안 진행되는 것이 두해살이풀인 거죠. 여러해살이풀은 겨울 동안 땅 위 부분은 죽지만 뿌리가 남아 있다가 해마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오랫동안 사는 것을 말합니다. 잔디가 여러해살이풀의 대표적인 풀이지요.

우리나라의 풀꽃 220종을 다루고 있는 〈피어라 풀꽃〉은 우선 자라는 지역에 따라 풀꽃을 분류해 보여줍니다. '산과 들' '고산(高山)' '연못과 늪' '바닷가' '건조한 곳' 등이지요. 그리고 이어서 '가꾸면서 즐기는 풀꽃'이라는 부분에서는 복수초, 수선화 봉선화 등 원예식물들을, '생활에 이용하는 풀꽃'에서는 결명자, 담배 등의 먹거리, 목화 등 섬유 원료, 잇꽃 등의 염료식물 등을 이야기합니다. 끝으로 우리나라 고유종과 외래 식물을 나누어 이야기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도의 풀꽃들을 다뤘습니다.

이 책은 얼핏 보면 식물도감 형식을 가졌습니다. 하나의 풀꽃을 사진과 함께 식물학적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이 그런 것이지요. 그러나 단순히 풀꽃의 모양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쓰임새와 문화적 의미 따위를 곁들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식물도감을 보는 것과 다른 맛이 있습니다. 식물도감처럼 딱딱한 편집이 아니라 각 꽃의 특징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한 세련된 편집도 이 책을 돋보이게 합니다.

풀꽃에 얽힌 상식과 의문 사항들을 풀어내는 별도 페이지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풀꽃이 다양한 유전자를 가지기 위해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손을 낳기 위해 근친결혼을 피한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달맞이꽃은 왜 밤에 피는지, 해바라기는 왜 해를 따라가는지, 풀꽃을 보호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궁금증을 풀어주는 꼼꼼한 설명은 이 책이 단순한 식물도감과 다른 면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책을 함께 지은 사람 중 하나인 이남숙 님은 이화여대 교수로, 식물계통학을 연구하는 분으로, 들풀과 우리 삶의 관계를 폭넓게 살펴본 〈모든 들풀은 꽃을 피운다〉(중앙M&B 펴냄)을 지어낸 바 있지요. 또 한 분의 지은이인 여성희 님은 역시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으며 서울과학교육원에서 국제생물올림피아드 훈련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답니다. 두 분은 모두 이화여대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식물계통학을 공부했으며, 오랫동안 산과 들을 누비며 풀꽃을 연구해온 분들입니다.

이 책은 자연 속 생명들의 살림살이를 종류별로 보여주기 위해 다른세상 출판사에서 기획해 펴내고 있는 시리즈의 두번째 책입니다. 앞서 낸 이 시리즈의 책 〈춤추는 물고기〉는 문화관광부의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같은 시리즈로 나무, 새, 곤충들도 펴낼 계획이랍니다.

길가에 피어난 코스모스에 눈길을 던지고, 코스모스 한 송이를 잘 보존하려 애쓰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해 줄 뿐 아니라, 더 많은 유전자들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는 것이 이 책 한 권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한 책들
* 모든 들풀은 꽃을 피운다
* 춤추는 물고기
* 피어라 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