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우리 아이, 반드시 처벌 해 주십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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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몇 년 전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겪은 일이다. 중3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일요일 아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단다. “어머니, 학교를 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왜요, 선생님?” “아드님이 같은 반 학생을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많이 때려 피해 학생 부모님이 지금 학교에 와 있습니다.”

 지인은 집에 있던 아들에게 물었단다. “어떻게 된 거니?” “응, 가볍게 서너 대 때렸을 뿐이야.” 지인은 아들을 데리고 학교로 갔다. 교무실에는 지인의 아들이 때릴 때 거들었던 반 친구 두 명과 그 아이들 부모도 와 있었다. 모두 무릎을 꿇고 울고 있었다. 피해자 부모들은 지인의 아들을 학교폭력으로 경찰서와 신문사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은 아주 곤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실 조사를 한 담임 선생님은 “아드님은 세 대가 아니라 더 많이 때렸습니다.” 그때,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한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들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습니다. 학교폭력으로 경찰서와 신문사에 고발하십시오. 누군가가 잘못하거나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거기에 따르는 벌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벌을 받도록 해주십시오.”

 지인의 아들은 반장이었다. 그래서 지인은, “반장도 해임시켜 주십시오.” 진심으로 피해학생 부모와 선생님에게 간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피해학생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나도 청소년시절 방황을 했었다. 그래서 조금은 청소년기의 욱하는 성질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리고 부모님들을 보니 조금 안심이다. 신고는 하지 않겠다. 그리고 부모님을 봐서 용서해 주겠다.”

 그런데 지인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단다. “아닙니다. 우리를 봐서 용서하시면 안 되고, 내 아들이 정말 앞으로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냥 용서는 안 됩니다.” 고 하면서 두 가지를 제안했단다. 첫째, 내일 아침, 반 아이들 앞에서 친구를 때린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반장임기가 남았지만 바로 해임시켜달라.

 둘째, 매일 한 가지씩 학교나 친구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피해학생 아버지에게 이메일로 보고하게 해 달라. 그리고 난후 용서를 결정해 달라. 그렇게 해서 지인의 아들은 졸업을 앞두고 반장에서 물러났고, 두 가지 벌칙을 실행했단다. 몇 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아들을 보고 지인은 물었다.

“중3 당시, 엄마가 너의 폭력을 처리했던 방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그땐, 정말 너무 서운했어요. 다른 친구 부모님들은 그냥 용서 해달라고 싹싹 비는데 엄마는 나를 처벌하라고 강경하게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서 정말 서운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준 엄마가 고마워요. 엄마가 정말 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러셨다는 것을 이해해요”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인은 내성적이고 순수하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누구를 심하게 때렸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었다고 했다. “아! 이런 일이 내 아들에게도 일어나는구나” 하지만, 폭력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아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했다. 처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들이 사람을 존중하는 멋진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는 것이다. 연일 학교폭력이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다. 선배들 폭력 때문에 학교 가기 싫다는 자녀들 문제를 호소해 온다. 가슴 아픈 피해 학생 이야기부터 잔인하고 비열한 가해행동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학교폭력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 지인이 했던 것처럼 내 자녀에게 뭔가 잘못돼 있다고 생각될 때, 그 때를 놓치지 말고 바로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로 삼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멋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윤애란 아산우리가족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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