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허리 중견기업이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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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무용 가구 선두업체 퍼시스는 관계사인 팀스 지분을 올 1분기 안에 매각하고 종업원지주사로 전환키로 설 직전 결정했다. “팀스가 위장 중소기업”이라는 비판을 받자 내린 결정이다.

퍼시스는 2009년 팀스를 설립했다.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인 업체는 중소기업으로 인정되지 않아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비켜가기 위해 아예 새로운 회사를 차린 것이다.

당시 이종태 대표는 “매출액의 절반을 공공조달시장에서 올리는데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이를 포기해야 하고 2000명 넘는 직원의 월급을 못 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 비판을 받자 팀스를 아예 종업원지주사로 만들기로 했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걸 막기 위해 회사의 소유권까지 포기한 격이다.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 되기를 꺼리고 있다. 160가지 혜택이 사라지고 190개 규제를 새로 받기(대한상공회의소 분석) 때문이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중소기업 졸업을 앞둔 기업 55개사 가운데 17개사가 중소기업 혜택을 유지하기 위한 ‘회피 전략’을 썼다. 상용근로자를 축소하고 임시 일용 근로자를 고용한다거나, 인위적으로 자본금의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아예 회사의 이름을 바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법까지 나왔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중견기업의 개념이 모호했던 탓인지 이들 기업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기업들이 중소기업 졸업을 회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어른이 됐어도 어린이로 남길 바라는 심리)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이희상(운산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은 중견기업이 전체 기업의 0.05%에 불과하지만 고용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견기업 수가 매우 적음에도 엄청난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국가 경제의 허리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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