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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세탁 뒤 한국서 활개 친 살인자 중국동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牡丹江)시에 사는 중국동포 양모(30)씨는 2003년 말다툼 끝에 맥주병으로 사람을 때려 과다출혈로 숨지게 했다.

중국 공안의 추적을 피해 다니던 양씨는 2006년 브로커에게서 ‘김○○’ 명의로 된 가짜 여권을 샀다. 양씨는 김씨 인적사항을 외운 뒤 선양(審陽) 주재 한국 영사관에서 친척 방문용 단기종합비자를 받았다. 같은 해 5월 한국에 입국한 그는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어머니(50)를 찾아 2007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거민신분증(주민등록증)까지 위조했다.

 양씨의 한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08년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2009년엔 공사장 인부로 일하던 계부가 안전 사고로 죽자 중국동포 친구 8명과 함께 현장소장을 찾아가 “합의금을 적게 줬다”고 협박했다. 또 차량 접촉사고를 냈을 때는 상대 차량 운전자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양씨의 범죄는 이달 초 중국 공안의 제보를 받은 경찰의 수사 끝에 들통이 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위조 서류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부실기재)로 양씨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양씨가 위장했던 명의는 실재하지 않은 사람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재판을 거쳐 국적이 말소된 뒤 중국으로 강제 출국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에도 양씨처럼 중국에서 살인을 한 뒤 한국에 들어와 국적을 취득한 중국동포를 구속한 바 있다.

경찰은 “한국이 중국 범죄자의 도피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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