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설비투자 뒷걸음 … 4분기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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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경제성장률(GDP)이 간신히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수출과 내수·투자 등 주요 경제활동이 일제히 위축됐다. 유럽위기가 정점을 찍는 올 1분기에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GDP는 전분기보다 0.4% 증가했다. 2009년 4분기(0.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예상보다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라며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설비투자나 소비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속사정은 더 안 좋다.

한국 경제를 홀로 지탱하던 수출이 8분기 만에 처음으로 1.5% 감소했다. 민간소비(-0.4%)와 설비투자(-5.2%)도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모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치다. 그런데도 성장률이 플러스로 나온 건 재고가 0.6%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진성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생산된 재화가 수출되거나 소비·투자되지 않아 재고로 쌓였다는 의미여서 내용이 무척 좋지 않다”며 “경제주체가 느끼기엔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2011년 실질GDP 증가율은 3.6%에 머물러 한 달 전 한은의 예상치(연 3.8%)를 밑돌았다. 한은은 지난해 성장률을 4.5%(2011년 12월), 4.3%(2011년 7월), 3.8%(2011년 12월)로 계속 낮춰 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보다 크게 낮춘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한 건 4분기에 그만큼 경기가 빨리 악화됐다는 뜻”이라며 “수출이 둔화하면서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소비를 줄이는 내수 부진이 함께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올 상반기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가 좋지 않은 탓에 올 1분기 성장률이 더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쌓여 있는 재고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소비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올 1분기나 2분기를 바닥으로 보고 있다. 1월 무역수지가 23개월 만에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출둔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이란 변수에 따른 유가 상승 압력도 고조되고 있어서다. 자칫 수출 둔화가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경우 가계의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저성장이 굳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부문장은 “지난해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느냐, 완만하게 떨어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1분기 성적이 한 해 분위기를 결정하겠지만 갑자기 좋아진다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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