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휴대전화서 금맥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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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휴대전화를 만들려면 금·은과 구리, 그리고 희소금속 11종이 들어 간다. 희토류·리튬·라듐·지르코늄 등이다. 역으로 폐휴대전화를 재활용하면 이들 희소금속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천연광석 1t에선 금 4g을 얻는 데 반해 폐휴대전화 1t에는 100배나 많은 금 400g이 들어 있다.

이 뿐 아니다. 은 3㎏, 구리 131㎏, 주석 13㎏, 리튬 5㎏을 생산할 수 있다. 수명을 다한 휴대전화가 ‘금맥’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폐 LCD(액정화면)엔 은·비소·마그네슘·주석·실리콘·지르코늄·붕소·이리듐 등이 들어있다. 희귀금속만 344g이다.

 광주광역시가 도시광산(Urban mining) 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시광산은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컴퓨터·선풍기 등 가전제품과 폐기물 안에 든 금속자원을 해체한 뒤 부품을 녹이고 재활용 과정을 거쳐 자원화하는 것이다.

천연자원이 없어도 쓰레기만 잘 가공하면 금속을 얻을 수 있다. 실제 광맥을 캐는 것 보다 에너지를 절감할 수도 있다. 자동차 1대에 들어있는 희소금속은 4.5㎏. 국내 자동차 1800만여대 모두를 합치면 8만2000t이다. 냉장고·에어컨에 있는 모터에도 335g의 희소금속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의 도시광산은 걸음마 단계다. 대기업 계열사 10여 곳이 투자를 시작한 수준이다. 그 동안 대부분 철·비철 금속과 귀금속 등 기초금속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희소금속 추출 기술이 축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폐 가전제품을 싼 값에 판 뒤 최고 15배나 높은 비싼 가격에 희소금속을 다시 사온다. 희소금속은 전체 수요의 95%를 수입한다. 물량도 매년 25%씩 증가해 연 평균 수입액이 14조~15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2009년 지식경제부 등 6개 부처 합동으로 숨은 금속 자원 찾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엔 희소금속 산업생태계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희토류·리튬·인듐 등 11대 전략 희소금속을 선정했다.

 광주시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15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 4만5000㎡에 한국도시광산기술원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광주에 희소금속을 회수하는 연구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관련 예산 3억원도 확보됐다. 지식경제부는 다음달 도시광산기술원 광주 설립의 타당성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기획재정부는 8월쯤 도시광산기술원 설립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

신광조 광주시 환경생태국장은 “광주시가 정부에 처음 제안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보탰다”며 “도시광산기술원이 들어서면 고용창출 1만5000명, 생산유발 4조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지호 기자

◆희토류=희토(稀土)는 문자 그대로 ‘희귀한 흙’을 가리킨다. 2010년 생산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이 일본과 수출규제 분쟁을 빚으면서 중요성이 입증됐다. 열을 잘 전달하고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어 반도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엔진, TV·휴대전화·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재료로 쓰인다. 란타늄·세륨·네오디뮴 등 17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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