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북 지원 대가로 광물 받으면 남북 모두 이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최경수(56·사진) 북한자원연구소장은 북한 광물에 관한 최고 전문가다. 북한 전역의 광산을 30여 차례나 조사했다. 그가 지난달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저서 『새로운 지하자원의 보고, 북한』을 발간했다. 그는 2000년부터 9년간 한국광물자원공사 남북협력단장,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자원개발실장 등으로 함남 단천, 강원도 평강·원산, 황해도 사리원·해주 일대의 광산을 찾아 다녔다. “국가 정보인 만큼 매장량 자료를 줄 수 없다”는 북한 인사들을 상대로 “그러면 우리는 투자할 수 없다”며 9년 내내 실랑이를 벌였다.

 그는 “대북 지원 땐 북한 광물로 받아 남북 모두가 윈윈하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 광물이야말로 퍼주기 논란을 해소하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제공했던 ‘식량 차관’도 올해부터 만기일이 도래하는데 북한 광물로 받는 방식도 알아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 북한 광물을 조사하며 느꼈던 문제점은 무엇인가.

 “2001년 남한 기업이 탄탈륨(희토류) 광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됐다. 사전 조사가 부족했고 북한 측에서 자료를 잘 주지 않았다. 북한 광물 개발사업을 할 때는 매장량은 물론 광산을 돌릴 전력과 주변 철도·항만 등 인프라를 확인해야 한다.”

 - 그런 사례가 또 있나.

 “황해남도 정촌 흑연 광산 개발 당시 북측에서 ‘전력 걱정은 말라’고 확언했다. 그런데 2006년 4월 준공식을 앞두고도 전력 공급이 부실했다. 내가 ‘남한 기자들이 오는데 광산이 멈춰 있으면 대망신’이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겨우 전력이 공급됐지만 하루 12시간 정도밖에 공급되지 않았다. 2003년 12월 평양에서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정촌 흑연 광산 개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북측은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대한’을 빼자고 요구했다. 남측 대표단이 “광업진흥공사라는 회사는 남한에 없다”고 하자 북측은 “그럼 돌아가시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 해 7월에야 ‘대한광업진흥공사’로 계약이 체결됐다.”

 - 북한 광물을 조사하며 가장 당황했던 경험은.

 “2007년 7월 함남 단천 마그네사이트 광산을 찾았는데 홍수가 났다. 15일 일정인데 산속 마을에 고립돼 일주일을 더 머물러야 했다. 당시 평양을 출발한 북측 인사들이 단천까지 오는데 27시간이 걸렸다. 도로가 끊겨서다. 체류 기간이 길어지자 동네의 개들이 사라지고 식단에 단고기(개고기)가 올랐다. 우리 일행에게 줄 식자재가 떨어졌기 때문이라 추측했다.”

 - 북한 광산 개발은 난점 투성이인가.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해 북·중 무역 규모가 전년 3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급증했는데 중국이 북한 철광석·석탄 등을 대거 파내가기 때문이다. 중국은 무산 철광, 혜산 동광 등 북한의 알짜배기 광산에 이미 투자했다. 나중에 한반도에서 나는 광물을 중국 업체에서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광물 개발은 정·경 분리 원칙에 따라 미래를 보고 준비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