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테니스] 사핀,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중앙일보

입력

'세대 교체의 시작인가'

러시아의 '신무기' 마라 사핀이 2000년 US오픈테니스대회에서 메이저 최다승을 노리던 '거함' 피트 샘프라스(미국)를 침몰시키고 우승, 생애 첫 메이저대회 왕좌에 올랐다.

아직 소년티가 가시지 않아 흥분도 잘하지만 재능으로 똘똘 뭉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핀은 승리를 확정짓자 그대로 코트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입을 맞추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6번 시드 사핀은 11일(한국시간) 새벽 뉴욕 플러싱메도 국립테니스센터에서 계속된 대회 마지막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4번 시드 샘프라스를 1시간 38분만에 3-0(6-4 6-3 6-3)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프랑스오픈 8강에 오른 것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었던 약관의 사핀은 이로써 처음으로 4대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차지함과 동시에 91년 샘프라스가 19세의 나이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후 가장 어린 챔피언으로 기록됐다.

이날 사핀은 최고 시속 219㎞의 '광속 서브'로 서비스에이스를 12개나 기록해 강한 서비스로 정평이 난 샘프라스를 오히려 압도했다.

사핀은 첫번째 서브 성공률에서는 샘프라스에 약간 뒤졌지만 더블 폴트는 하나가 적었고 서브 속력과 에이스 숫자에서 샘프라스를 앞섰다.

또 실책도 12개밖에 저지르지 않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24개를 기록한 샘프라스보다 유리하게 시합을 이끌어갔다.

샘프라스의 서비스게임으로 시작된 이날 경기에서 샘프라스는 시속 210㎞짜리 강서브로 서비스에이스를 잡아내 처음 결승에 올라온 사핀을 윽박질렀지만 사핀은 이전과 달리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점수를 쌓아나갔다.

승부처였던 첫세트 게임스코어 3-3에서 사핀은 잇따라 서비스에이스를 폭발시키며 7번째 게임을 승리, 결국 1세트를 따내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세트와 3세트는 사핀의 독무대. 사핀은 강한 서브와 위력적인 양손 백핸드로 상대가 손도 대지 못할 곳에 공을 찔러넣어 샘프라스는 그저 멍하니 점수를 잃었다.

14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최다승 기록 경신을 노리던 샘프라스의 꿈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메이저대회 결승에 15번 진출, 단 2패만을 기록하며 모두 정상에 올라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샘프라스는 이번이 3번째 정상도전 실패다.

샘프라스는 92년 US오픈 결승에서 스테판 에드베리의 벽에 무릎을 꿇었고 95년 호주오픈에서 아가시에 졌다. (뉴욕 A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