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전격타결

중앙일보

입력

남북한이 동시입장에 전격 합의, 2000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함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입장하게 됐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10일 리젠트호텔에서 김운용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장웅 IOC 위원 등 북한측 다양한 채널과 합동회의를 갖고 남북한 선수단이 개막식에 동시 입장하는 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남북한 동시입장 사실은 사마란치위원장이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 오후 4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릴 제111차 IOC총회 개막식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남북동시입장은 지난 5월25일 사마란치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남북 정상에게 제안한 뒤 3개월여만에 합의됐다.

이로써 남북은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구성하지는 못했지만 사상 최초로 공동입장이 가능해졌으며 6.15 공동선언이후 스포츠교류의 물꼬를 트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됐다.

남북한-IOC간 합의에 따라 시드니올림픽조직위원회(SOCOG) 도 개막식프로그램의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상 최초의 올림픽 동시입장에 대해 남북한 스포츠 수뇌들은 종전 사마란치의 안을 대폭 수정, 올림픽기를 배제한 채 양측 국기없이 흰색 바탕의 하늘색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입장하기로 합의했다.

남북한은 또 SOCOG에 등록된 엔트리에 관계없이 동시입장인원을 전체 180명으로 제한하고 통일된 이미지를 위해 각각 제작한 유니폼을 입지않고 '코리아'가 선명한 짙은 푸른색 점퍼에 밝은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입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또 필요할 경우 민요 `아리랑'를 행진곡으로 사용한다. '한반도기'와 '아리랑'은 지난 91년 남북한이 단일팀을 구성했던 '91세계탁구선수권대회(일본 지바) ,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포르투갈) 이후 9년만에 다시 햇빛을 보게 됐다.

IOC와 개최국 호주는 또 지난 56년 동.서독이 동시 입장한 멜버른올림픽 에 이어 44년만에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의 동시입장 드라마를 연출,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의 장소가 됐다.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지난 5월 리우 데 자네이루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총회기간 남북 정상에게 "올림픽기를 앞세우고 그 뒤로 양쪽 NOC기가 뒤따르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IOC집행위원이기도 한 김운용 KOC위원장은 "서로 미묘한 명분과 현실적인 문제로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남북화해와 올림픽 이념을 통한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결국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장웅 IOC위원도 지난 7일 시드니에 도착, 기자회견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하루만에 해치운 적도 있었다"며 전격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10일 오전 북한선수단 입국에서도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동시입장 가능성을 암시했다. 남북한은 이번 합의에 따라 가로 1.8m, 세로 1.2m짜리 대형 한반도기를 단기로 쓰고 가로 30cm, 세로 20m 규격의 손에 들 깃발을 긴급히 조달, 입장식과 각종 경기장 응원에 활용할 전망이다.

시드니 교민들도 이에 따라 종래의 응원계획 일부를 수정, 한반도기를 급히 준비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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