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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휴대전화 번호 '1912'로 시작되는 이유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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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 휴대 전화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2008년 북한 이동통신사 고려링크를 설립한 이집트 오라스콤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그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 당국의 철저한 감시 속에 외부와의 소통이 제한된 북한 주민들은 과연 휴대전화를 어떻게 사용할까.

◇번호는 모두 `1912`로 시작=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오사카 사무소)는 최근 내부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북한 휴대 전화 사용 현황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상세히 전했다.

휴대전화 요금은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에 비해 여전히 비싼 편이다. 휴대전화에 가입하려면 당국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인만 쓸 수 있다` `국가 기밀을 말할 수 없으며, 불순한 용도에 이용할 수 없다` 등의 규제가 따른다.

특이한 점은 번호가 모두 `1912`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해다. 우리나라의 `010`에 해당하는 것이다. 1912 뒤엔 고유의 6자리 번호를 부여받아 총 10자리를 사용한다. 만약 1912로 시작하는 번호들이 소진되면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년인 `1942`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평양ap통신 연합>

휴대 전화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음성도 녹음할 수 있다. 기기의 특정 기능을 일부러 막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벨소리나 대기 화면도 취향대로 설정한다. 일각에 떠도는 소문처럼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초상화만 배경 화면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시마루 대표는 "앞으로 북한의 휴대전화는 주민의 의사소통, 정보 유출의 도구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중앙포토>

◇`대포폰`도 기승=원칙적으로는 한 사람 당 휴대 전화 한 대 씩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엔 명의를 도용해 여러 대의 기기를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일명 `대포폰`이다.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집중적으로 취재한 결과 북한 내부에서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한 전화가 많이 보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동통신 등록신청서는 체신 관리국이나 전신 전화국 등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 때 뇌물성 비용이 필요하다. 평양은 약 20달러(약 2만3000원), 지방도시나 국경 지역은 중국돈 100~200위안(약 1만8000~3만6000원)이 든다.

최종 승인을 받는 데는 수속 후 2~3주가 걸린다. `거간꾼(브로커)`을 통하면 하루나 이틀 만에도 가능하다. 브로커는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을 따로 모집한다. 쌀이나 돈을 쥐어주면 명의를 빌려주겠다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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