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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염탐한 영국 '스파이 바위', 9층서 떨어져도 '멀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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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러시아 국영TV가 2006년 1월 23일 공개한 영국제 가짜 바위(왼쪽)와 스파이 장비가 들어 있는 바위 내부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바위가 듣는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겠다.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에서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조너선 파월은 작은 바위 모양으로 만든 스파이 장비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운용했다고 털어놨다. 19일 BBC 다큐멘터리 ‘푸틴, 러시아 그리고 서방’에 출연한 자리에서다.

 러시아 정부는 2006년 1월 모스크바 거리에서 내부에 통신 장비를 숨겨놓은 가짜 ‘바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 물건이 자국 내 인권옹호단체, 반정부단체와 교신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설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파월은 이날 그 바위가 영국 정보기관의 작품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는 (가짜 바위가 영국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었다”며 “스파이 바위는 (영국에) 당혹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발견된 작은 바위 모양의 회색 물체 안에는 초소형 컴퓨터와 송신기 등이 들어 있었다. 바위는 영국 측 스파이가 획득한 정보를 무선통신을 통해 전달하면 영국 대사관 관계자가 개인 휴대용 정보단말기(PDA)와 유사한 초소형 컴퓨터로 이를 다운로드해 가도록 한 저장 매체였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당시 “영국 스파이들이 사용한 통신기기는 우주 기술에 버금가는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런 장비의 개발에는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전문 연구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위는 9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끄떡없었다. 장시간 물속에 둬도 괜찮았다.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 대용량 전원 저장 기술 등도 동원됐다.

 이 방송이 나간 뒤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 인권단체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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