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IMT-2000 기술표준 논쟁과 국가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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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가 정한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계획서 접수가 오는 25일로 다가온 가운데 IMT-2000 사업권 경쟁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기술표준 문제가 어떻게 절충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비동기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최대 이통사업자 SK텔레콤은 비동기식 국산장비 개발완료 시점인 2003년 가을 이후로 IMT-2000 서비스 시기를 늦추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새로운 절충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장비업체인 삼성전자를 비롯 동기식 진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SK텔레콤이 제시한 방안은 첨예하게 대립되어온 표준방식이 절충을 통해 해결되기를 원하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LG텔레콤은 LG정보통신의 기술을 기반으로 비동기 표준을 채택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해놓은 상태이며 한국통신은 비동기식을 희망하지만 SK텔레콤이 동기식을 채택할 경우 동기식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키는 SK텔레콤이 쥐고 있는셈.

'동기 방식이냐, 비동기 방식이냐'를 놓고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IMT-2000 표준방식과 관련.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측의 주장을 점검해본다.

◇SK텔레콤= SK텔레콤은 비동기식 서비스를 선택할 경우 외국산 장비의 대량 수입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국가경제가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는 일부 비난 여론을 감안, 삼성전자가 국산 비동기식(W-CDMA) 개발을 완료하는 2003년 가을 이후로 IMT-2000 서비스 시점을 늦추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SK텔레콤 조민래 상무는 'IMT-2000 서비스 시점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며 'SK텔레콤은 국내 장비시장 보호를 위해 삼성전자가 비동기식 국산장비 개발을 완료하는 2003년 가을 이후 서비스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 상무는 또 'IMT-2000 서비스 개시 전까지는 내달 셀룰러폰 주파수대역에서 서비스를 실시하는 동기방식인 IS-95C를 통해 IMT-2000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IS-95C 서비스의 전송속도는 초기엔 144Kbps이지만 최고 2.4Mbps까지 나오는 진화기술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일반적 전송속도가 384Kbps인 IMT-2000서비스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것.

기존 이동전화와 IMT-2000이 상당기간 병존하고 2007년에 가서야 IMT-2000서비스가 이동전화 수요를 앞지를 것이라는 정통부 전망을 볼 때도 IMT-2000서비스를 굳이 월드컵행사와 때맞춘 2002년6월부터 서둘러 시작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특히 SK텔레콤이 비동기 방식(W-CDMA)를 채택하더라도 기존 IS-95C 1X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불가피해 IMT-2000 기술표준과 관계없이 동기방식 시장은 유지되는 만큼 해외시장에서의 동기방식 수출경쟁력도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800㎒ 대역의 아날로그망(AMPS)을 고도화하기 위해 주파수 여건상 CDMA 도입을 검토중이지만 대만의 중화통신의 경우 GSM가입자가 350만명인 반면 AMPS 가입자는 47만명에 머물고 있는 등 주력시스템이 GSM이어서 향후 IMT-2000에 있어서도 비동기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SK텔레콤측의 분석이다.

SK텔레콤은 따라서 IMT-2000에 있어 비동기 방식에 주력, 동기 및 비동기 방식 기술을 모두 확보하면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특히 CDMA 국산개발 경험이 있고 가입자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자가 비동기 방식 개발을 주도할 경우 관련업체의 기술개발 경쟁 유발이 가능해 비동기 방식의 국산기술 개발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비동기방식은 동기방식과 달리 모든 기술규격이 오픈돼 있어 부품의 호환성이 가능하므로 중소.벤처기업들의 대기업에 대한 의존이 완화될 뿐 아니라 핵심 칩을 제외한 국내 중소.벤처기업 개발품목의 90% 이상이 동기방식과 비동기방식 공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이미 국내에서 상용화된 IS-95C와 같은 시스템 수출을 위해 IMT-2000에 있어서도 동기방식을 고집할 경우 한국은 과거 일본과 같은 기술고립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주장이다.

실제 일부 사업자가 CDMA를 제공중인 홍콩,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및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GSM시장이 절대 우위에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서 CDMA를 능가하는 급성장을 하고 있어 IMT-2000에서도 비동기 방식의 채택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

중국도 현재 GSM전국망을 보유하고 있는 제2사업자인 차이나 유니콤이 일부 지역에 한해 IS-95A 또는 IS-95C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미 중국업체들이 IS-95A를 개발, 우리는 합작이나 단말기 수출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차이나 유니콤 역시 IMT-2000에 있어서는 중국 국토면적을 감안할 때 제1사업자인 차이나 모빌과 로밍 또는 공동망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 비동기 방식을 채택이 확실시 되고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분석이다.(서울=연합뉴스) 류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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