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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갈아타는 민주당 호남 의원들 … 물갈이 쓰나미 전에 수도권으로 피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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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통합당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 갈아타기’가 줄을 잇고 있다. 벌써 6명째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19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지역주의를 넘어서겠다”며 대구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그동안 대구시당 관계자들과 출마 지역을 검토해왔다. 김 최고위원은 “수성갑은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불모지”라며 “머슴(정치인)이 주인 행세하는 대구정치를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이곳의 현역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18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80% 가까이 득표했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남 장흥-강진-영암이 지역구인 유선호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호남지역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19대 총선) 출마 문제는 당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한명숙 대표에게 수도권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앞서 17일 전주 덕진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은 서울 강남을에, 경기 안산 단원갑 출신의 천정배 의원도 당 지도부에 “한나라당 거물 정치인과 붙든지 서울 서초에 출마하겠다”고 뜻을 전한 상태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이 지역구인 정세균 상임고문은 지난해 12월 29일 ‘정치 1번지’ 종로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김효석 의원도 지역구인 전남 담양-곡성-구례를 버리고 서울 강서을에 터를 잡았다.

 당내에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중진들이 솔선수범해 기득권을 포기함으로써 ‘인적 쇄신의 마중물’이 된다는 점에서다. 아직 결단을 못 내린 다른 중진들을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광주)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공천혁명의 물꼬를 트기 위해 지역구를 버리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이견도 적잖다. ‘무늬만’ 살신성인이란 거다. 일부 호남 중진들이 특히 그런 시선을 받는다. 호남 물갈이가 예고되자 수도권으로 ‘피난’ 가는 게 아니냐는 거다. 2008년 18대 총선과 달리 수도권 선거 전망이 밝은 상황에서 탈(脫)호남이 무작정 박수칠 일만은 아니란 얘기다. 김효석 의원처럼 지역구가 선거구 인구 하한선을 밑돌아 통폐합 위기에 놓인 경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역구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는 문제도 적지 않다. 윤종빈 명지대(정치외교) 교수는 “선거 때 ‘뼈를 묻겠다’고 해서 뽑아놨더니 훌쩍 떠나버리면 지역구민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며 “한마디로 책임정치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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