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야 사토 〈소년 탐정 김전일〉

중앙일보

입력

중학교 때인가 추리소설에 흠뻑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특히 좋아했던 것이 홈즈와 애거서 시리즈였다.

뭔가 초인적인 머리 회전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나중에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는 홈즈의 이야기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도저히 범인을 짐작할 수 없게 하는 애거서 이야기, 두 가지 모두 너무나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책들이었다.

이 소년탐정 김전일은 굳이 말하자면 애거서의 작품 스타일과 유사하다.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복선도 그렇고 등장하는 배경이나, 캐릭터도 어딘가 흡사한 느낌을 받게된다.

물론 이 작품이 만화이기 때문에, 또 주인공 한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는 한계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꽤 수준 높은 추리력과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김전일은 명탐정이었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고등학생이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할 때 말고는 평범한, 아니 어쩌면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인물이다.
선생님에게 찍히기 일수고, 성적은 바닥에, 소꿉 친구인 미유끼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둔해 터진 인물이다.
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뛰어난 추리력으로 주위를 압도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1권에 보통 2,3가지 정도의 사건이 나오는데 여기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대부분 살인사건이다. 실제로 추리를 하려면 증인이 없이 죽어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로 밀실 살인(피해자 혼자 방에서 죽은 경우. 누군가 들어온 흔적도 없이 마치 자살처럼 보인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연쇄살인에, 과거의 원한이 겹친 경우가 많다.

알리바이가 가장 확실해 보였던 인물이 범인인 경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죽인 범인이라도 인간적으로 동정이 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사건에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읽다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사건에 깔려있는 복선과, 매번 살인이 일어나는 상황이 재미있기 때문에 상당히 볼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서울문화사에서 31권까지 나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